이인영 “747ㆍ줄푸세 이미 실패… 같은 처방전 내미는 건 무능”
심상정 “1%를 위한 부유론이자 99%를 가난하게 만드는 민폐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띄운 민부론(民富論)이 오랜만에 여야 정책 공방의 화두로 부상했다. 범여권이 23일 각종 규제완화와 시장 역할 확대에 방점을 찍은 경제정책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이미 ‘실패로 판명됐다’며 민부론에 대해 혹평을 쏟아내면서다. 이에 맞서 한국당은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한편 “민부론이 총선, 대선 공약집이 될 것”이라며 연신 의미부여에 공을 들였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잘못이 확인된 처방을 다시 환자에게 내미는 건 무능한 의사임을 고백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민부론에는) 이미 폐기 처분된 ‘747’, ‘줄푸세’ 등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실패한 경제정책에 대한 향수만 가득하다”며 “민생이 빠진 민부론은 가짜이고 정쟁과 비판, 호도를 위한 민부론은 더더욱 가짜”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국회가 할 일은 ‘민부론 쇼’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민생, 경제활력을 위한 입법과 예산 처리”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한발 더 나갔다. 심 대표는 이날 상무위원회의에서 “재벌과 부자를 더 부유하게 만드는 1%의 부유론이자, 대다수 국민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99%의 민폐론이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황 대표를 향해 “아무 새로운 내용도 없이 이미 10년 전 세계 금융위기로 사망 선고가 내려진 시장만능주의를 다시 관 속에서 끄집어내자는 것이 제1야당의 경제대안이라는 것에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책의 이름을 놓고 ‘원조 논쟁’도 불붙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2006년부터 제가 줄곧 주창해 온 이론”이라고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사단법인 민부정책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원래 민부론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온 민주당의 정신이 담긴 이론”이라면서, 한국당의 민부론이 “이름은 도용하고 내용은 가짜인 위작”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또 “민부론은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사회구조 개혁을 통해 이 땅에서 힘겹게 사는 서민을 잘살게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친재벌, 반노동,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를 부활하겠다는 한국당의 민부론은 특권경제 부활론”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맞서 김광림 한국당 경제대전환위원장은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김 의원이) 연구원을 만든 2006년의 시대 상황과 지금 시대 상황을 비교해야 한다”며 “(김 의원의 민부론은) 양극화, 경제민주화 연구를 많이 했고 역사적으로 훑어보면 소득주도성장 쪽으로 밀착돼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반박했다. 또 “한국당의 민부론은 양극화, 경제 민주화도 포함하지만 기본적으로 소득주도성장을 투자·혁신 성장 쪽으로 바꿔서 경제의 부가 국가보단 개인과 가계에 많이 흘러가도록 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석 의원도 “이름이 비슷하다고 같은 것이라고 하는 것은 감자탕과 원조감자탕, 진짜 감자탕처럼 아무 의미 없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날 재차 민부론의 구체 함의에 대해 설명한 한국당은 “구체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는 각오다. 김광림 위원장은 “민부론이 총선, 대선 공약집이 될 것”이라며 “법과 정책 구체화 작업을 위한 방향, 밑그림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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