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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뭉뚝하고 뾰족하고... 식습관 따라 변한 한중일 젓가락

입력
2019.09.25 04:40
수정
2019.09.25 08:2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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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젓가락 갤러리 ‘저집’에 젓가락이 전시돼 있다. 배우한 기자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젓가락 갤러리 ‘저집’에 젓가락이 전시돼 있다. 배우한 기자

“젓가락 문화권을 방문해 눈여겨본 사람이라면 그곳 사람들이 쓰는 젓가락의 종류와 사용 방식이 눈에 띄게 서로 다르며, 또한 그들이 숟가락도 쓰는지, 쓴다면 언제 어떻게 쓰는지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로완대와 중국 베이징대의 역사학과 교수 에드워드 왕이 2016년 출간한 책 ‘젓가락’은 젓가락의 기원과 기능, 풍습만큼이나 한중일 젓가락 문화 차이를 비중 있게 다룬다. 그만큼 전통과 식사 습관에 따라 한중일이 사용하는 젓가락의 모습과 방식은 크게 달라졌다.

이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도 존재한다. 24일 정연학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의 ‘한중일 젓가락과 민속’에 따르면 한중일 젓가락은 형태나 재질, 크기에 있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우선 젓가락의 길이는 중국 25㎝, 한국 22㎝, 일본 20㎝ 순으로 길다. 중국은 커다란 상의 복판에 반찬을 놓고 집어먹는 식문화로 인해 자연스럽게 젓가락이 길어졌다. 반면 일본은 작은 독상에서 식사를 해 길 필요가 없었다.

형태도 다르다. 기름진 음식이 많은 중국의 경우 젓가락이 동그랗고 굵으며 가장자리가 뭉툭하다. 일본 젓가락은 앞쪽이 뾰족해 국수와 해산물, 생선을 먹기 편하다. 김치와 같은 절임 채소를 많이 먹는 한국의 경우 젓가락 앞쪽이 납작한 모양이다. 중국과 일본은 나무 젓가락을 주로 사용하는 데 반해 한국에선 금속 젓가락을 선호한다.

숟가락을 사용하는 방식 또한 한중일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다른 두 나라와 달리 숟가락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젓가락을 보조한다. 밥과 국은 숟가락으로, 반찬은 젓가락으로 먹어야 한다. 반면 중국은 국을 먹을 때만 숟가락을 이용하고, 일본은 국을 먹을 때도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들어 직접 마신다.

이 같은 차이에도 젓가락을 고리로 한 한중일 협력은 오히려 강화되는 추세다. 특히 2015년 충북 청주시가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됐을 당시 명예위원장이었던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제안으로 매년 ‘젓가락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지난해 젓가락의 날(11월11일)에는 ‘한중일 젓가락 문화의 진화와 과제’에 대한 국제학술 심포지엄이 개최됐으며, 이달 20~22일에는 △젓가락 마스터 클래스 △젓가락 경연 △젓가락 특별전 등이 포함된 페스티벌이 열렸다.

2017년부터는 한중일 3국이 젓가락 문화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관계자는 “3국 정부가 젓가락 문화유산을 유네스코에 등재하자고 합의했지만 지난해 유네스코 측에서 어렵다는 취지의 답을 들었다”면서도 “궁극적으로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계속 학술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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