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목적, 국민 알권리 차원 이씨 신상 공개 요구 나와 
 ‘피의자 확정 전 수감자 신분’ 걸림돌 작용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오른쪽)씨가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인한 혐의로 검거돼 옷을 뒤집어쓴 채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의 범행 부인으로 수사가 난항을 거듭하면서 이씨의 얼굴 등 신상 공개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적 공분이 큰 사건인 만큼 공익적 목적을 위해 얼굴 공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이씨가 아직 용의자 신분에 불과해 공개는 무리라는 의견도 많아 공개 여부 결정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씨의 신상 공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아직까지는 신중한 입장이다. 화성사건을 재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의 나원오 형사과장은 23일 “(이모씨가) 흉악범 공개 대상이 되는지, 피의사실 공표 대상이 되는지도 검토 중”이라면서도 “유죄의 증거가 확실해야 하고, 공공의 이익이 있어야 하고, 소년범이 아니고 등의 요건이 충족될 때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행 법에 따르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범죄자의 이름과 얼굴, 나이 등 신원 공개가 가능하다. ‘특정범죄강력처벌에 관한 특례법’ 8조에 따르면 피의자의 얼굴 공개 요건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것’ 등이다.

화성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가 끝나 추가 처벌은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33년간 미제로 남은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크고, 실체적 규명을 위해서 용의자의 신상을 선제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씨가 화성 사건과의 연관성을 부인, 진범을 확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되면서 추가 목격자 확보를 위한 용의자 얼굴 공개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화성연쇄살인범 용의자의 몽타쥬. 한국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이씨가 복역 중인 데다 현재 용의자 신분에 불과해 이씨의 자백 없이는 피의자로 확정 짓기 어렵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수감 중인 사람을 공개한 전례가 없고, 법적으로는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무죄’ 추정이 원칙이기 때문에 추가 수사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찰도 이씨의 신상을 직접 언급하는 대신 “대상자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50대 이모씨”라고 우회적으로 밝혀왔다. 다만 언론 보도를 통해 이씨가 1994년 1월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복역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씨의 고향과 직업 등 일부 개인정보와 행적이 알려졌다. 온라인에는 이씨의 고교 시절로 추정되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향후 경찰은 이씨가 자백을 거부할 경우 이씨가 벌인 94년 처제 살인사건만으로 신상 공개가 가능한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신상 공개 여부는 각 지방경찰청의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이씨의 경우 화성사건을 재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에서 할지, 당시 사건 관할인 충북경찰청에서 할지 등 조율이 필요하다. 또 이씨가 수감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얼굴 공개 방식 추가 논의도 필요하다. 통상 피의자의 얼굴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이동할 때 공개됐는데 교도소에 수감중인 이씨의 경우 별도의 촬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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