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검증 의무화 대책 마련
정부가 가맹본부를 상대로 가맹점 모집 전 직영점 운영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업성 검증 없이 프랜차이즈가 무분별하기 늘어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가맹본부가 광고나 판촉행사를 할 때는 점주들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가맹점 매출액이 상당 기간 예상에 못 미쳐 중도 폐업을 할 때 위약금을 일부 깎아주는 방안도 법제화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는 23일 당정협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점주 경영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가맹점 모집 전 직영점 1년간 운영
정부는 우선 가맹사업법 개정을 통해 1개 직영점을 1년 이상 운영한 경험이 있는 가맹본부에 한해서만 공정위에 정보공개서를 등록하고 가맹점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직영점이 없는 브랜드는 전체 브랜드의 59.5%를 차지하며, 치킨집(73.9%) 주점(73.0%) 등 직영점 없는 비중이 70% 이상인 업종도 있다.
현재는 별도의 조건 없이 가맹본부가 정보공개서만 등록하면 가맹점 모집이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유명 브랜드의 인테리어나 메뉴 등을 무작정 따라하는 ‘미투 브랜드’처럼 사업 방식에 대한 검증도 없이 가맹 브랜드가 무분별하게 증가하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가맹점주가 늘어나고 있다.
이진국 KDI 연구위원은 “가맹본부가 직영점을 운영하지 않으면 상품이나 서비스의 시장성을 직접 검증하거나 시행착오를 개선할 기회가 줄어든다”며 “시장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사업상 위험을 가맹점에 전가하는 사례가 확대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광고ㆍ판촉 전 가맹점주 동의 얻어야
가맹본부가 광고나 판촉행사를 시행할 때 행사 전 점주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광고ㆍ판촉 사전동의제’도 가맹사업법에 담긴다. 가맹점주에게 비용 부담이 되는 만큼 당사자들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취지다. 광고는 전체 점주의 50%, 판촉 행사는 70%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동의 비율이 시행 요건에 근소하게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동의하는 점주들만 참여하는 분리 판촉도 함께 추진한다.
가맹점 매출액이 당초 가맹본부가 제시한 예상 매출액에 못 미쳐 중도 폐점을 하게 될 때는 위약금을 일부 깎아주도록 하는 제도도 시행령에 반영된다. 가맹본부가 창업을 권유할 때 제시하는 예상 매출액에 대한 책임을 어느 정도 져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는 편의점 업종에 보급된 표준계약서에 ‘가맹점주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일정 기간 상당한 정도의 수익률 악화가 지속될 때 위약금 감면’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가맹본부가 예비 창업자에 대한 정보 제공을 확대하고 계약 갱신 거절, 계약 해지 사유를 구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가맹점주의 비용 부담이 투명하게 드러나도록 가맹금도 매출액에 비례한 로열티 방식으로 매기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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