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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50대 정치인이 20대의 지지를 얻으려면

입력
2019.09.23 18:1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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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5℃는 한국일보 중견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저작권 한국일보]23일 오전 9시 기준 '네이버 연령별 많이 본 뉴스' 캡쳐. 20대와 50대가 관심 갖는 뉴스가 하나도 겹치지 않는다. 50대는 정치에 관심이 많고, 20대는 사회 이슈에 관심 많다.
[저작권 한국일보]23일 오전 9시 기준 '네이버 연령별 많이 본 뉴스' 캡쳐. 20대와 50대가 관심 갖는 뉴스가 하나도 겹치지 않는다. 50대는 정치에 관심이 많고, 20대는 사회 이슈에 관심 많다.

기자라는 직업의 영향으로 항상 독자의 관심 흐름을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 뉴스, 실시간 검색어는 물론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두루 돌아다니며 최근 이슈와 관심 뉴스를 살핀다. 그 중 꼭 빼먹지 않고 하는 것이 포털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연령별 많이 본 뉴스’를 확인하는 것이다. 포털 집계가 정확한 연령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출했을 것으로 믿진 않는다. 다만 SNS의 추천 알고리즘의 맹점과 주변 지인이 추천한 뉴스에 갇혀 세상을 좁게 볼 수 있는 우려를 극복하고, 나와 다른 세대의 관심사를 좀 더 폭넓게 확인하는 방법이다.

23일 오전 9시 네이버를 기준으로 ‘연령별 많이 본 뉴스’를 비교해봤다. 50대와 20대의 톱5 뉴스가 전혀 겹치지 않는다. 우선 50대는 주말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촛불 집회 소식에 큰 관심을 보였다.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관련 정치 이슈로 분류될 수 있다.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본 뉴스 역시 조 장관 수사 속보였다. 다섯번째 뉴스까지 50대가 가장 많이 본 뉴스 중 세가지가 조 장관 관련 뉴스였다. 비단 이번만이 아니라 수시로 체크하는 관심사를 보면 대체로 50대 이상에서는 조 장관 수사와 정치 관련 이슈에 관심이 높다.

같은 기준으로 20대의 관심 뉴스를 살펴봤다. 가장 많이 본 기사는 22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8년 자살실태조사’ 관련 뉴스였다. 자살사망자의 약 92%가 자살 전 경고 신호를 보냈으나 주변에서 이를 알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은 ‘경제적 불평등’과 ‘인간관계의 무관심’, ‘우울증’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 다섯 번째로 많이 본 뉴스도 해당 자료를 인용한 기사로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 첫번째(35%)가 ‘경제 문제’라는 내용이다. 나머지 3개 기사는 모두 전날 있었던 태풍관련 속보였다. 20대는 대체로 정치 이슈보다는 사회ㆍ경제 이슈에 더 관심이 높다.

그러나 최근 20대와 50대의 관심 뉴스가 대체로 일치했던 이슈가 있다. 조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돼 청문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드러난 의혹 중 자녀의 대학 입시 불공정 이슈였다. 대학교 게시판에는 오랜만에 정치 관련 토론이 활성화됐고, 후보자 사퇴를 압박하는 대학생들의 촛불 집회가 곳곳에서 열렸다. 야권 정치인들은 이에 맞춰 목소리를 높였고, 조 후보자와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비판에 몸을 낮췄다. 대학 입시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공정과 정의’가 무너졌다는 사실에 20대는 분노했고, 이를 다시 바로 세워달라는 외침과 관심이 이어졌다.

하지만 다시 20대와 50대의 관심사는 따로 가고 있다. 장관 후보자 자녀의 입시 불공정을 얘기하던 정치인들도 연이어 자식과 관련한 불공정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인 시점부터이다. 급기야 야권 정치인들이 릴레이 삭발까지 해가며 대통령 사과ㆍ조 장관 퇴진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국민 57%가 ‘공감하지 않는다’(22일 한국리서치 여론조사)고 답했다. 대학가에서는 정의를 위해 들었던 촛불이 정치에 이용된 상황을 비판하며 내홍을 겪고 있는 중이다.

검찰은 검찰의 일을 하고, 정치인은 정치인의 일을 해야 한다. 청년들과 미래 세대에게 어떻게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고 이를 지켜갈 수 있을지, 이를 통해 어떻게 미래 희망을 줄지 서로 경쟁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50대 정치인들이 말하는 목소리에 20대가 다시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언론도 이제 언론의 일을 해야 한다. 경마중계식 보도, 단독 경쟁에서 벗어나 ‘공정과 정의’를 해치는 일을 감시하고, 이를 실천할 대안을 제시해야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강희경 영상팀장 k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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