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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명성도 좋지만 봉사 활동 보람이 더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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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명성도 좋지만 봉사 활동 보람이 더 기뻐요”

입력
2019.09.27 14:35
수정
2019.09.27 18:2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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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관 보냉가설봉사단장

건축설비 분야 한국 1호 명장

21년째 노인 가구 설비 고쳐 줘

박진관 보냉가설봉사단장이 부산 사하구의 한 동네에서 집수리를 하고 있다.
박진관 보냉가설봉사단장이 부산 사하구의 한 동네에서 집수리를 하고 있다.

“기술자의 사명감이죠. 봉사 후 오는 희열과 보람도 말할 수 없을 만큼 좋고요.”

박진관(57) 보냉가설봉사단장은 건축설비 분야 대한민국 제1호 명장이다. 명장의 명성도 좋지만 그는 20년간 지속해온 봉사활동에 더욱 기쁨을 느낀다.

이유는 간단했다. 27일 만난 박 단장은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1991년 야간으로 기능대학을 다닐 당시 시골마을에 터진 수도나 고장 난 보일러를 무상으로 고쳐주던 게 여기까지 오게 됐다”면서 “이제는 재미있어서 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2013년 건축설비 분야 명장이 된 박 단장은 이 기술을 자원봉사에 적극 활용, 지역의 노인 가구를 대상으로 보일러 및 배관, 집수리 봉사를 해오고 있다.

그는 이러한 공로로 최근 ‘2019 자원봉사 이그나이트 V-Korea X 부산’서 대상인 행정안전부장관상을 수상했으며, 협성봉사상 등 다수의 상을 받은 바 있다.

1998년 본격적으로 봉사를 시작해 올해로 21년째인 박 단장이 보냉가설봉사단에 가입한 건 2009년. 부산진구 당감종합사회복지관에서 관내 어르신들의 보일러 수리 봉사를 해오던 그의 기술을 알아본 봉사단 관계자의 추천으로 인연은 시작됐다. ‘보냉가설’이란 독특한 이름은 보일러와 냉동기, 가스, 건축설비에서 한자씩 따온 것으로, 전국 9개 지회에 관련 분야 전문가들 5만여명이 가입돼 있다.

박 단장은 “17년간 방치된 기름보일러부터 시작해 수도 배관이 터져 8년간 주방 대신 화장실에서 생활하고 계신 어르신 등 안타까운 사연이 너무 많았다”면서 “그래서 더 열심히 봉사했으며, 가입 4년 만에 부산경남지회장 자리를 맡은 것도 그 이유”라고 밝혔다.

2013년 지회장이 된 그는 주 2회 부산시내 곳곳을 다니며 재능기부 봉사를 펼쳤다. 박 단장의 열정 덕분에 봉사 참여자는 기존 5~6명에서 20명 이상으로 4배 정도 늘어났고, 2016년에는 전국 9개 지회 가운데 봉사실적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2017년 단장직까지 맡은 그는 보일러 수리 이외에도 초ㆍ중ㆍ고등학생들의 진로지도와 중장년층의 재취업을 위한 기술전수도 진행하고 있다.

박 단장은 “요즘에도 매월 둘째 주 일요일을 봉사하는 날로 정해 하루도 빼먹지 않고 보냉가설봉사를 하고 있다”면서 “한 달에 1~2가구씩 매년 20가구를 들러 보일러 수리 등을 진행하지만 아직 부족점이 많다”고 말했다.

박 단장에게 들어오는 의뢰는 매년 200여개. 하지만 해마다 인원과 지원이 줄어 봉사의 손길이 곳곳에 닿지 못하고 있다. 그는 “봉사활동에 대해 격려와 지원보다는 공명심과 명예 때문에 하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분위기가 늘고 있고, 경제가 어렵다 보니 단원들이 봉사보단 생업에 더 집중하면서 참여자수가 줄어든 건 사실”이라면서 “좋은 일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긴 다는 사실을 믿고, 나부터 힘을 내고 맡은 자리에서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부산의 한 건설회사 상무이기도 한 박 단장은 월급을 제외한 강의ㆍ원고료, 상금 등을 모두 복지관이나 봉사단에 기부하고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에서 진행하는 ‘같이가치’라는 서비스를 실시, 모금활동도 펼치고 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싶다”는 박 단장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정부 도움으로 고등학교와 대학교, 대학원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면서 “받은 만큼 사회에 환원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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