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오른쪽)가 1994년 충북 청주시에서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돼 옷을 뒤집어쓴 채 조사를 받고 있다. 중부매일 제공=연합뉴스

경찰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한 이춘재(56)의 이감을 검토하고 있다. 이씨는 1995년부터 부산교도소에서 24년간 복역 중이다.

수사본부를 꾸려 국내 최장 미제 사건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이춘재를 이감할 것인가’란 질문에 “이감 필요성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1986년부터 1991년 사이 발생한 연쇄살인 중 5차(87년 1월 10일), 7차(88년 9월 7일), 9차(90년 11월 15일) 현장 증거물에서 이씨 DNA를 확인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이감은 수사본부와 이씨 사이의 거리를 좁혀 조사 편의성을 높이고 범행을 부인하는 이씨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1994년 1월 충북 청주시에서 처제를 강간한 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이씨는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경찰은 지난 18일부터 세 차례 이상 이씨를 접견 조사했으나, 이씨는 사건 관련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찰 관계자는 “오늘은 조사 계획이 없다”고 말했으나 이씨가 조사를 거부했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이씨로부터 자백을 이끌어 내기 위해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수사본부에 합류시켜 교도소 접견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유력한 증거가 나왔음에도 이씨가 혐의를 부인 중이라 수사관과 이씨 사이 신뢰관계 형성이 자백을 얻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도 지난 19일 첫 언론 브리핑에서 “언론에서 취재를 시작해 부랴부랴 (이춘재에 대한) 조사를 했다”며 “많은 범죄 사실이 있기 때문에 계속 조사를 해야 하고 라포(Rapportㆍ상호신뢰관계) 형성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94년 당시 이씨를 검거해 송치한 청주서부경찰서와의 공조 실패 등 당시 초동수사의 적절성에 대한 질문에는 “사건에 관한 진실 규명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경찰 관계자는 “제기된 모든 의혹을 확인하려면 기록 15만 쪽을 전부 뒤져야 한다”며 현실적인 한계를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의 본류는 용의자가 범죄를 모두 저질렀는지, 여죄는 없는지 이런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춘재가 8차 사건 당시 체모 대조 대상에 오르는 등 수사선상에 있었지만 신발 사이즈가 달라서 수사망을 피했다는 본보 보도(21일자 4면)에 대해선 “신발 사이즈는 당시 탐문 수사 시 참고자료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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