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저나 투어 대회 우승 경험이 전무한 카롤리나 무호바(23ㆍ체코ㆍ45위)가 국내 유일의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인 KEB하나은행 코리아오픈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경기가 6시간이나 지연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관중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생애 첫 정상에 오른 무호바에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무호바는 2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단식 결승에서 마그다 리네(27ㆍ폴란드ㆍ48위)를 2-0(6-1 6-1)으로 제압했다. 지난 5월 프라하 오픈 준우승이 단식 최고 성적이었던 무호바는 자신의 생애 첫 우승이 확정되자 두 팔로 만세를 부르며 환하게 웃었다.
이번 우승으로 코리아오픈은 무호바에게 두 가지 큰 의미를 갖는 대회가 됐다. 무호바는 2017년 이곳에서 생애 첫 투어 대회 본선 무대를 밟았고, 2년 뒤 첫 우승마저 거머쥐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
무호바는 이번 시즌 상승세가 무서운 떠오르는 신성이다. 지난 2월 카타르 도하오픈 8강에 이어 올해 첫 출전한 윔블던에서 8강까지 올랐다. 첫 출전만에 윔블던 8강에 오른 건 2006년 중국의 리나(37ㆍ은퇴) 이후 처음이다. 16강전에선 현 세계랭킹 2위 캐롤리나 플리스코바(27ㆍ체코)를 3시간이 넘는 접전 끝에 꺾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올해 초 144위였던 세계랭킹도 8개월 만에 무려 100계단 이상 껑충 뛰어올랐다.
무호바는 이날 1세트부터 압도적인 실력 차를 선보이며 리네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무호바는 1세트 초반 2회 연속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게임스코어 4-0으로 크게 앞서 갔다. 강력한 서브와 호쾌한 스트로크로 리네를 압박했다. 리네는 1세트에서만 언포스드 에러 15개를 쏟아내며 무호바(5개)에 비해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첫 세트를 가져온 무호바는 2세트에서도 리네를 몰아붙였고 6-1로 경기를 마무리 지으며 코리아오픈만의 우승컵인 ‘청자 도자기’를 들어올렸다.
한편 이날 경기는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종일 내린 비 탓에 6시간 가까이 지연됐다. 하지만 ‘심야의 결승전’을 즐기기 위해 끝까지 자리를 지킨 관중들은 최선을 다한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아낌 없는 박수 갈채를 보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