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가 22일 이란 수도 테헤란 외곽 아야톨라 호메이니 영묘 앞에서 이란-이라크 전쟁 개전 39주면 기념 열병식을 하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금방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것만 같았던 중동이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핵심 석유시설을 공격당해 산유량의 절반에 달하는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 책임론’을 주장하고는 있지만 정작 공격 수행 주체를 지목하는 데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공격 주체라고 자처하는 예멘 후티 반군은 사우디를 겨냥한 모든 형태의 공격을 중단하겠다며 사우디에도 같은 수준의 군사활동 중단을 요구했다.

아흐디 알마샤트 예멘 후티 반군 지도 조직 최고정치위원회(SPC) 의장은 21일(현지시간) “사우디 영토에 대한 무인기(드론), 미사일 등 모든 종류의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반군 운영 알마시라 방송을 통해 밝혔다. 그러면서 “사우디가 우리의 조처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으로 호응하기를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예멘 영토에 대한 사우디의 공격을 중단하고 공항 및 항구 봉쇄를 해제해달라는 요청도 뒤이었다. 예멘 지도부가 전면적인 휴전을 먼저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교담당 국무장관은 같은 날 “국가의 안보와 안정을 보호하기 위해 피격 사건 조사 결과에 근거해 적절하게 대처하겠다”며 지난 14일 석유 시설 피격 관련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알주바이르 장관은 “공격 방향이 예멘 방향이 아니라 북쪽(이란)이라는 점은 확실하고 조사를 통해 이런 사실이 증명될 것”이라며 “이란제 무기가 쓰인 만큼 우리는 이란에 책임을 묻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적절한 대처'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사우디는 앞서 18일 이번 공격에 사용됐다는 무인기와 순항미사일의 파편을 공개하면서도 이란이 지원한 공격이라고는 말했지만 이란의 직접 공격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군사적 충돌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는 지점이다.

미국도 이란에 대한 공세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모습이다. 21일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공격이 아닌 사우디 방어 범주 내에 남아 있는 것에 만족하는 듯하다”는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많은 보좌관과 측근들이 신속한 군사 보복을 촉구했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또다른 중동 전쟁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키지 않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미국 국방부는 20일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에 미군 병력과 군사 장비를 추가로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의 방공망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와 관련해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자국의 대공 및 미사일 방어를 개선하려는 사우디와 UAE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이것은) 첫 번쨰 조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추가 조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이번 공격에 사용된 드론과 크루즈 미사일은 이란이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국방부는 “기본적으로 방어적 성격”이라며 이란에 대한 직접적 군사 행동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한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2일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석해 “이란이 페르시아만 지역 안보를 이끌어야 한다”며 “미군의 병력 증강을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로하니 대통령은 “(지역 국가들에게) 우정과 형제애의 손을 뻗겠다”면서 이번 주 유엔 방문 중에 지역 평화에 대한 계획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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