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표절로 직위해제 된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박모 교수가 표절을 제보한 제자에게 소송을 제기하자 동료 교수들이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22일 서울대에 따르면 국어국문과 현대문학 전공 교수들은 표절 의혹으로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진실위) 조사를 받는 같은 과 박모 교수의 교수직 사퇴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대자보 형태로 작성해 지난 20일 교내에 게시했다.
박 교수의 표절 논란이 불거진 뒤 서울대 교수들이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이번 대자보에는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소속 현대문학 전공 교수 6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수들은 “박 교수가 학생을 상대로 ‘명예훼손 금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낸 데 대해 지극히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박 교수가 사퇴해야 마땅하다는 학과 공식 입장을 다시금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한 데는 학교 측의 미온적 대처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 진실위와 징계위원회의 조속하고 합리적인 대응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들 역시 학과장 명의로 학교 당국에 공문을 보내 두 해 전 박 교수의 연구윤리 위반에 대해 학과 교수들이 사직을 권고한 것을 환기하면서 엄정한 판단과 조처를 재차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가 가처분 신청을 한 제자는 K씨로, 2013년 지도교수이던 박 교수의 논문 표절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박 교수 수업교재에 자신이 반년 전 석사논문 연구계획서로 제출한 내용이 담긴 것을 발견한 K씨는 서둘러 논문을 발표했지만 박 교수도 두 달 후 유사한 논문을 발표했다.
충격을 받은 K씨는 서울대 인권센터와 학과 등에 호소했다. 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하자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이 생겼다. 결국 K씨는 직접 박 교수 논문과 단행본 20건을 대조한 뒤 1,000쪽 분량의 논문표절 자료집을 만들어 진실위에 보냈고 대자보를 게시해 문제제기에 나섰다.
K씨 자료를 확인한 학과 교수회의는 만장일치로 박 교수 사직을 권고(본보 2017년 6월 16일자 4면)했다. 지난해 진실위는 20건 중 12건에 대해 “연구진실성 위반의 정도가 상당히 중한 부정행위 및 부적절 행위”라고 판정, 교원징계위원회에 중징계를 요청했다. 한국현대문학회, 한국비교문학회도 각각 논문 2건을 표절로 판정하고 박 교수를 제명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학교에서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논문 8건도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대자보를 학내에 게시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지난 4월 K씨를 상대로 법원에 명예훼손금지 가처분(본보 8월 23일 보도)을 신청했다. 현재 직위해제 상태인 박 교수는 올해 초 추가 표절 의혹이 제기돼 다시 진실위 조사를 받고 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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