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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진출도 안 했는데 해외서 먼저 공연하자고 연락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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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진출도 안 했는데 해외서 먼저 공연하자고 연락왔어요”

입력
2019.09.23 04:40
수정
2019.09.23 16: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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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 록 밴드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은 1980년대 초 미국에서 시작한 스케이트 펑크를 연주한다. 질주하는 듯한 빠른 템포가 특징이다. 배들소는 “미국 스케이트 문화에서 파생된 록 장르”라며 “멤버 모두 스케이트 탈 줄은 모른다”고 농담했다. 김도균 작가 제공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은 1980년대 초 미국에서 시작한 스케이트 펑크를 연주한다. 질주하는 듯한 빠른 템포가 특징이다. 배들소는 “미국 스케이트 문화에서 파생된 록 장르”라며 “멤버 모두 스케이트 탈 줄은 모른다”고 농담했다. 김도균 작가 제공

한국은 모든 것이 서울 중심으로 돌아간다. 비단 정치와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마저 수도권 바깥 시민은 소외되고 있다. 극장과 공연장은 물론, 번듯한 영화관마저 없는 지역도 허다하다. 수도권 편향은 인디 음악계도 마찬가지다. 많은 뮤지션이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활동하는 데 반해, 지방에서 활동하는 밴드는 드물다. 특히 록 음악은 지역 양극화가 더욱 심각하다. 다른 장르에 비해 인기가 떨어지다 보니, 지방에서 팬을 찾기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지방 록 밴드가 서울 진출을 목표로 삼는 이유다.

현실이 이런데도, 서울에 버금가는 록 음악 메카가 있다. 바로 달구벌 대구다. 1994년 개관된 클럽 헤비가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하드 록 밴드 아프리카 등 여러 밴드가 대구에서 데뷔했다. 그중에는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도 있다. 올해 영국의 대형 록 페스티벌인 더 그레이트 이스케이프와 리버풀 사운드 시티에 연달아 참가했다. 부산국제록페스티벌과 잔다리페스타에 오르는 등 한국 활동도 활발하다.

해외 진출은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 스스로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시도는커녕 따로 준비한 적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활동하던 이들을 알아본 곳은 영국 음반사 댐나블리다.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이 출연한 해외 음악 다큐멘터리와 부산에서 밴드 세이수미와 함께 열었던 공연의 영상을 보고 연락을 했다.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의 베이시스트 배들소는 19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에서 열린 2019 서울국제뮤직페어 로드쇼에 참석한 후 가진 인터뷰에서 “해외 팬들이 우리 팀에 관심을 가지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며 “특히 섹스 피스톨스 등 펑크 록을 즐겨 들었던 중년 관객들이 공연을 찾아줬다”고 말했다.

대구 활동도 꾸준하다. 지난달에는 동성로를 비롯해 지역의 즐길 거리를 소개하는 ‘빅 나인, 레츠 고’를 발표했다. 그만큼 대구에 애착이 많다. 배들소는 “보수적인 도시 대구에서 자유롭게 사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며 “대구도 서울 못지않게 음악 인프라가 좋을뿐더러 월세마저 저렴하다. 다만, 음악 수요가 적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라고 밝혔다. 서울에서 활동하다 지난 6월 밴드에 합류한 기타리스트 묘로리도 “의외로 지역에서 인디 뮤지션을 위한 지원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경쟁률이 치열한 서울보다 음악 활동하기가 좋다”고 말했다.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이 지난해 발표한 정규 1집도 대구음악창작소의 지원을 받았다.

이들에게 지역 기반 활동은 단점이 아니라 강점이었다. 6년간 밴드 활동을 하며 서울 홍대앞 진출을 염두에 둔 적도 없다. 배들소는 “많은 밴드가 홍익대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굳이 이에 목을 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서울에 있었다면 겪었을 법한 나쁜 일들을 보지 않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드러머 김명진은 “시작은 어려울 수 있지만, 지방이라는 이유로 특별히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며 “우리가 대구 출신 밴드인지 몰랐던 대구 팬이 있을 정도”라고 웃었다.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은 내년 영국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3개 국가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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