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넷플릿스, TV. 책 말고도 즐길 거리는 넘쳐난다. 오디오북으로 소설을 듣고,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본다. 이야기는 더 이상 네모 반듯한 ‘책’이라는 물성에 갇혀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책’을 읽는다. 읽다 보면, 세상에 이렇게 매력적이고 무궁무진하며 흥미로운 세계가 없다. 좋은 것은 널리 알리고 함께 즐기는 것이 인지상정. 책만큼이나 ‘책에 관한 책’들이 넘쳐나는 이유다. 최근 출간된 여섯 권의 책은 모두 ‘책’을 주인공으로 한 책들이다.
‘우리가 사랑한 모든 책들’(아트북스)은 일러스트레이터 제인 마운트가 고전부터 어린이책 대중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과 그 표지, 애서가들의 이상적인 서가를 그림으로 담아낸 작품집이자 책에게 보내는 헌사다. 우리가 사랑한 책들, 사랑받는 서점들, 장르별 책 소개, 도서관, 작가의 방, 책을 둘러싼 장소 등 책과 관련한 이야기가 가지처럼 뻗어나간다.
‘책의 책’(김영사)은 책 그 자체에 집중해 책의 탄생과 역사에 관한 매혹적이고 해박한 지식을 담은 책이다. 점토판과 파피루스 두루마리에서 지금의 하드커버와 페이퍼백으로 진화해온 책이라는 물건의 흥미로운 2,000년 역사를 속속들이 파헤친다. 문자, 인쇄, 제본, 삽화 등 책의 물성이 그려온 역사를 인류 문명의 결정적 장면과 교차해 책의 생애를 살펴본다.
‘세상을 바꾼 100권의 책’(동아엠앤비)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세계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반대로 세계적인 변화에 영향을 받아 탄생한 작품을 엄선해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고대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고스란히 나타내는 ‘길가메시 서사시’, 르네상스 과학혁명의 생생한 증거인 ‘천체의 회전에 대하여’, 제국주의와 인종청소 같은 국가적 범죄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담은 ‘안네의 일기’까지. 책에 소개된 ‘100권의 책’을 읽다 보면 책의 역사는 곧 인간과 세계의 역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세종서적)은 독일의 손꼽히는 독서광이자 문화평론가인 안드레아 게르크가 쓴 ‘책 처방전’이다. 저자는 연구소와 실험실, 독서모임, 수녀원, 교도소에서 직접 만나고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책이 실제로 책에 있는 ‘치유효과’를 증명한다. 더불어 상황별로 읽으면 좋은 독서 처방 책, 각계각층 인사들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하며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을 뿐 아니라 자유와 해방감을 주는 독서의 다양한 측면을 다룬다.
‘밥보다 책’(책밥상)은 밥보다 책이 먼저인 저자가 인생의 다양한 지점에서 만난 책들을 소개하는 ‘독서일기’이자 좀 더 나은 일상을 위해 참조할만한 책들을 소개하는 ‘독서백과사전’이다. 번역자이자 25년차 베테랑 잡지기자인 저자 김은령은 50여년간 이어진 왕성한 독서 덕에 그나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10대때부터 50대까지, 저자가 인생의 각 순간에 만난 책들의 목록을 살피며 지금 내게 필요한 책은 무엇인지도 참고해 볼만하다.
‘책꽂이 투쟁기’(그림씨)는 ‘징비록’ ‘세상의 모든 지식’ 등을 비롯해 30년간 1,000여 권의 책을 출판한 도서출판 서해문집 김흥식 대표의 30년 출판 경험과 노하우가 집약된 책이다. 수많은 책을 읽어왔고 기획했던 저자의 책장에 꽂혔던 책들을 책 한 권에 담았다. 수많은 애서가들에게 바치는 오마주 같은 책이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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