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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내용ㆍ참석자 ‘꽁꽁 숨긴’ 검사와의 대화… “소통 아닌 쇼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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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내용ㆍ참석자 ‘꽁꽁 숨긴’ 검사와의 대화… “소통 아닌 쇼통”

입력
2019.09.20 17:51
수정
2019.09.20 19: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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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허심탄회하게 들었다”… 검사 “유승준이 국민에게 군대가라는 격”

조국 법무부 장관이 20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지방검찰청에서 검사와의 대화를 위해 이동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20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지방검찰청에서 검사와의 대화를 위해 이동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과 조직 문화 개선 의견을 듣기 위해 시도한 ‘검사와의 대화’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했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를 연상케 하는 이벤트였지만 과거처럼 위태롭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참석자와 내용을 꽁꽁 숨긴 채 ‘소통을 했다’는 것에만 의의를 두려는 조 장관의 이벤트성 행보에 검찰 내부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쇼통이다”거나 “유승준과 다르지 않다”는 격한 반응도 나왔다.

20일 조 장관은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지검을 찾아 검사 및 수사관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오전 11시쯤부터 직원 및 수사관 20명과 차를 마시며 대화했고, 낮 12시쯤부터는 검사 21명과 도시락을 먹으면서 얘기를 나눴다. 검사와의 대화에는 재판에 참석하거나 휴가 중인 검사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검사가 참석했다.

이날 조 장관과 검사들의 대화에는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보장해 주는 차원에서 간부급은 참석하지 않도록 했고, 형식이나 절차, 주제는 따로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안, 형사부 업무경감, 인사제도 등에 관한 다양한 얘기가 나왔다”면서 “조 장관은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주로 듣기만 했다”고 설명했다.

애초 오후 1시 30분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검사들과의 대화는 오후 2시를 훌쩍 넘겨 마쳤다. 조 장관은 대화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기자들을 만나 “얘기가 점점 많아지는 등 다들 활발하게 대화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장관은 정확히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전혀 밝히지 않았다. 이날 검사와의 대화에서는 적대적이거나 공격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한 검사는 “할 말이 있는 사람이 손들고 얘기하는 분위기였다고 들었다”며 “분위기가 거칠거나 하진 않았고, 장관에게 질문하기보다는 각자의 얘기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법무부는 “조 장관이 이달 중 검사와의 대화를 열 것을 지시했다”며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했음에도, 정작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검사와의 대화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를 밝히기를 꺼렸다. 실제 이날 행사는 당일까지도 열리는 시간과 참석자 수, 참석자 선정 배경 등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일선 검사들은 ‘했다’는 사실만 있을 뿐 ‘뭘 했는지’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이날 행사에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부장검사는 “본인의 개혁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려는 쇼 행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인사권을 가진 장관 앞에서 기탄 없는 얘기가 나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수도권 검찰청에 근무하는 한 검찰 간부도 “검찰 개혁은 검사들의 얘기를 들을 게 아니라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에둘러 조 장관의 접근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실명 비판도 이어졌다. 앞서 조 장관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임무영 서울고검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에 “일시, 장소, 참석자, 내용이 모두 공개되지 않고 각본도 있는데 그걸 뭐 하러 하는지 모르겠다”며 “전임자들이 수도 없이 해왔던 검찰청 방문에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고 갑자기 실질적인 변화가 생기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조 장관 일가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과 관련 “신임 장관이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것은, 마치 유승준이 국민들을 상대로 군대 가라고 독려하는 모습 같다”고 지적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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