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의 부적절한 약속을 이유로 내부고발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백악관과 법무부가 해당 사실이 유출되지 않도록 ‘입막음’에 관여했다고 CNN방송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행정부 개입설까지 나오면서 민주당은 부적절한 약속의 실체를 공개하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는 등 정치권 논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이번 사건은 전날 워싱턴포스트(WP) 보도로 시작됐다. 한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근무한 내부 고발자는 지난달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지도자와 매우 우려할 만한 약속을 했다’는 내용을 정보기관감찰실(ICIG)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마이클 앳킨스 감찰관은 2주 뒤 관련 건을 조지프 매과이어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에게 제출했으나 그는 이런 사실을 일주일 안에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법을 어기고 침묵했다. 이에 앳킨스 감찰관이 이달 초 상ㆍ하원 정보위원회에 내부고발 사안을 직접 알리면서 외부로 드러났다.
DNI는 여전히 고발 내용이 의회 통보 기준인 ‘긴급한 우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 CNN은 세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과 법무부가 이 사안이 정보 내부 고발자를 다루는 법률이 적용되는 정보 활동 범위 밖이라고 DNI에 조언했다”고 전했다. 보도가 맞는다면 DNI가 두 기관의 의견을 듣고 의회 통보를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DNI의 버티기에 민주당도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애덤 시프 민주당 하원 정보위원장은 “긴급한 우려가 무엇인지 밝히고 국가 안보를 지키며, 내부 고발자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매과이어 대행에게 26일 의회 출석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발송했다. 또 하원 법률고문의 도움을 얻어 임시명령이나 직무집행영장 신청 등 법적 조치를 강구 중이다.
아직 트럼프 대통령과 부적절한 소통을 한 대상과 약속 내용은 공개되지 않아 다양한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내부고발은 단순히 한 차례 대화가 아니라 그 이상 횟수”라고 했고, 의회전문지 더힐도 “앳킨슨의 고발이 ‘한 건보다 많은 행위’에 근거하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우크라이나와 연관돼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죽이기’를 그만하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외국 지도자들과 통화할 때면 항상 상대국은 말할 것도 없고, 여러 미국 기관의 많은 사람이 들을지 모른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나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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