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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아닌 DNA정보로 기소” 2006년 검사들 제안 뒤늦게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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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아닌 DNA정보로 기소” 2006년 검사들 제안 뒤늦게 주목

입력
2019.09.20 14:24
수정
2019.09.20 19:1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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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검찰국장
이성윤 검찰국장
김욱준 순천지청장. 순천지청 제공
김욱준 순천지청장. 순천지청 제공

유전자 정보(DNA) 대조를 통해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가 특정됐음에도 공소시효 때문에 처벌할 수 없는 상황과 관련, 공소시효가 완성되기 직전인 2006년 일부 검사들이 “성명불상(이름을 알 수 없음)으로라도 기소를 해 두자”라고 했던 주장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성윤(57ㆍ사법연수원 23기) 현 검찰국장(당시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은 2006년 3월 “개구리 소년 사건의 공소시효가 곧 끝나 가는데, (아직 잡히지 않은) 피고인을 성명불상자로 해서 기소를 해 두면 어떤가”라며 검찰 내부 통신망에 제안했다. 기소를 하면 공소시효가 중단되기 때문에, 진범을 잡을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고, 만에 하나 진범을 잡게 되면 공소장 변경을 통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특정해 실제 처벌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그는 “개구리 소년 사건(2006년 3월 공소시효 완성)이나 화성 연쇄살인 사건(2006년 4월 공소시효 완성) 같은 경우 이런 식으로 먼저 기소를 해 두면 공소시효 15년에 법원이 면소 판결을 내리는 데 걸리는 15년을 합해 총 30년으로 처벌기간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공소시효 뒤에 숨어 유유자적을 범인을 생각하니 억울한 생각이 들어 이런 제안을 해 본다”며 “실무적으로 법원과 협조해 장기 미제사건임을 알리는 식으로 관리한다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살인죄 공소시효는 15년이었는데, 이후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태완이 사건)의 진범을 잡지 못한 것을 계기로 살인죄 공소시효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면서 2015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죄 공소시효는 폐지됐다. 다만 기소 후 15년간 재판이 열리지 않으면 법원에서 면소 판결을 받기 때문에 이 방법을 쓸 수 있는 기간은 최대 15년이다.

이에 당시 평검사이던 김욱준(47ㆍ사법연수원 28기) 순천지청장도 “이 방안에 찬성한다”며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경우 향후 동종 전과자와 유전자 정보(DNA)를 대조하는 방법으로 범인을 찾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지청장은 “장기미제사건의 경우 범인 발견 가능성이 있으면 검찰이 적극적으로 기소를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일부 검사들의 이 같은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정되지 않은 피고인을 기소한다는 것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기소한다 해도 법원이 공소기각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지청장은 20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때 기소했다면 아직 처벌 가능 시한이 남아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첨단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유전자 감식 정보처럼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증거들이 많아졌다”며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외에 생체정보로 피고인을 특정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렇게 범인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생체정보 등 다른 정보만으로 기소를 해서 공소시효를 중단하려면 형사소송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피고인을 특정하게 한 현행 형사소송법을 바꿔, 유전자 감식 결과와 같은 생체정보를 추가해야 하는 것이다.

김 지청장은 “증거는 세월이 지날수록 흩어지고 희미해지는데, 시간이 지나 희미해진 증거로 수사하면 억울한 사람이 형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생긴 것”이라며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달로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증거’가 많아진 만큼 이 같은 논리는 현 시대에 더 이상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 특정을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로만 할 게 아니고 유전자 감식이나 생체정보로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화성연쇄살인범 몽타쥬/2019-09-18(한국일보)
화성연쇄살인범 몽타쥬/2019-09-18(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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