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인의 추억’ 긴급 편성 이어 미제사건 콘텐츠 재방영 봇물
최악의 미제사건 중 하나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특정되면서 해당 사건을 다룬 작품들이 방송가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화제성을 반영한 편성이지만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에 대한 흥미 위주 소비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적잖다.
20일 방송가에 따르면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은 경찰이 33년 만에 용의자를 특정한 사실이 알려진 뒤 긴급 편성됐다. 2003년 개봉한 이 영화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들을 다룬 실화 영화로, 개봉 직후 큰 반향을 일으켰다.
CJ ENM 측은 19일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해당 사건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살인의 추억’은 OCN에서 20일 0시20분 방송됐다. 채널CGV에서는 21일 오후 4시30분에 전파를 탈 예정이다.
다른 방송사들도 화성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드라마, 시사교양 프로그램 등을 특집과 재방송 등으로 내보내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전날 밤부터 긴급회의를 열고 특집 방송 제작에 착수, 2011년에 이어 다시 한 번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다룰 예정이다. 제작진은 전날 트위터에 “1986~1991년 경기도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수감중인 이모(56)씨에 대해 잘 아는 분의 연락을 기다립니다”고 제보를 요청했다. 드라마 채널 O tvN도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모티브인 경기 남부 연쇄살인사건 에피소드를 다룬 ‘시그널’ 13~16회를 발빠르게 편성해 이날부터 연속 방송한다고 예고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외에 다른 미제 살인 사건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 등도 속속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형호군 유괴·살인 사건을 다룬 영화 ‘그놈 목소리’, 대구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이 모티브가 된 ‘아이들’,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 기사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재심’ 등 실제 사건을 다룬 콘텐츠가 다시 방송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실존 피해자들이 존재하고 사건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통받는 유가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편성이라는 지적이다. 한 누리꾼(K******)은 “아직 피해 유가족들이 있는 상황에서 살인 자체에 진지한 접근이 아닌 오락거리 소비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또 다른 누리꾼(2n*****)도 “아무리 시청률이 중요하다고 해도 영향력이 막대한 대중 매체는 그런 식으로만 돌아가서는 안 된다. 편성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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