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대통령 지내며 철권 통치… 2011년 퇴진 후 사우디서 망명생활
아프리카 튀니지를 23년간 철권 통치하다가 2011년 북아프리카와 중동 일대를 휩쓴 ‘아랍의 봄’ 민중봉기로 축출된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83) 전 튀니지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사망했다. 튀니지는 ‘아랍의 봄’ 발원지이며, 그는 이 사태로 인해 가장 먼저 퇴진한 아랍권 지도자다.
로이터ㆍ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벤 알리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그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숨졌으며 시신이 메카로 이송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벤 알리는 2011년 1월 퇴진한 뒤, 사우디로 건너가 망명 생활을 해 왔다. 지난 13일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업군인 출신인 벤 알리는 1985년 국가안보장관에 임명된 뒤, 2년 후 총리직에 올랐고 같은 해 무혈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다. 집권 초기엔 취약계층을 위한 기금 등 정치ㆍ사회 개혁을 추진해 중산층의 지지를 얻었으나, 점차 야당ㆍ언론을 탄압하고 사회를 통제하는 등 독재자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2012년 12월 생계의 막막함을 호소한 한 20대 노점상의 분실자살로 시작된 민중봉기가 정권퇴진 시위로 번지면서 결국 이듬해 1월 권좌에서 물러났다. 당시 벤 알리 정권의 시위 유혈 진압으로 300명 이상이 숨졌고, 튀니지 군사법원은 2012년 6월 이 같은 혐의를 적용해 그에게 종신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