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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은 조국 덮기용?” 무분별 음모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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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은 조국 덮기용?” 무분별 음모론 확산

입력
2019.09.1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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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용의자 발표하자 일부 누리꾼 “조국 이슈 덮으려…” 주장 

 “경찰이 이 시점에 터뜨릴 이유 없어…지나친 억측 자제” 의견도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19일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19일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경찰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를 33년 만에 찾아낸 일을 두고 온라인 상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 이슈를 덮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장관 임명 후에도 조 장관을 둘러싼 공세가 끊이지 않자 정부가 국민의 시선을 분산시키려 화성 사건을 터뜨렸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황 상 경찰이 이 시점에 사건 수사 결과를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반론과 함께 “음모론은 지나치다”는 반박이 나왔다.

1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찰의 화성 사건과 검찰의 조 장관 수사를 엮는 음모론이 잇따라 제기됐다. 한 누리꾼은 “조 장관 임명 이후 국정이 혼란한데, 뜬금 없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이슈가 터졌다”며 “용의자 특정 발표는 물타기 같다”(리****)고 주장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이 사건 때문에 조 장관 관련 뉴스가 대폭 줄었다”(고****), “공소시효 지난 살인사건보다 살아 있는 비리 사건을 파헤치는 게 답”(c****)이라는 등 음모론에 힘을 실었다.

음모론은 우선 일찌감치 유전자(DNA)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경찰이 이를 공개하지 않다 조국 장관 문제로 정권이 코너에 몰리자 결과를 공개했다는 내용이다. 7월 15일 현장 증거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한 경찰이 국과수로부터 결과를 이미 받고도 의도적으로 발표를 미루다 조국 장관 문제로 여론이 악화하자 여론을 돌리려 이를 터뜨렸다는 주장이다. 경찰은 18일 밤 공지에서도 “7월 중순경 화성 사건 증거물 일부를 국과수에 DNA 분석의뢰한 결과, 채취한 DNA와 일치한 대상자가 있다는 통보를 받아 관련 여부를 수사 중에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경기남부경찰청은 19일 오전 언론 브리핑을 통해 “국과수 검사 결과는 (나오기까지) 통상 한 달이 소요되는데, 이 건의 경우 아직 검사가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이라며 “DNA 결과를 통보 받은 이후라도 충분한 수사 기일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기초 수사를 진행하는 단계였다”고 밝혔다. 충분히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DNA 일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경찰이 일부러 언론에 수사 내용을 흘렸다는 음모론도 있었다. 본인을 ‘순경 단 지 얼마 안 된 초급 경찰관’이라고 밝힌 사람이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화성연쇄살인사건 진범 잡혔다’는 글을 올린 적도 있다. 하지만 경찰은 18일 밤 공지에서 “화성 연쇄살인 사건(86~91년) 관련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언론사에서 취재 동향이 있어 전 언론사에 문자 풀 합니다”라며 수사 상황을 밝혔다. 18일 밤 일부 언론에서 수사 내용을 보도하려 해 상황을 공개한 것이지 경찰이 먼저 이를 공개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온라인 상에서는 과한 추측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조 장관과 이번 사건을 왜 엮는지 모르겠다”며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다른 사건이 묻힌다는 발상에 지친다”(p****)고 꼬집었다. 피해자 유족을 배려하지 않는 억측을 질타하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번 사건을 조 장관 이슈에 빗대어 조롱하는 것은 유족들 가슴에 칼을 꽂는 행위”라며 “조 장관에 관해서는 차분히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 될 것”(t****)이라고 지적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음모론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부터 이어진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권이 바뀐 뒤에도 국민들이 불신의 감정으로 여러 사회 국면을 바라보면서 음모론이 생산된다는 것이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사회·경제적으로 전망이 불안정하고, 사회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 때 등장하는 게 음모론”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가짜뉴스에 엄격한 유럽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는 비교적 이에 관대하고 인권 보호도 거의 안 돼 있다”며 “가짜뉴스에 대한 처벌 강화와 시민사회의 자율적 노력이 병행돼야 무분별한 음모론 양산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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