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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견제 뚫고… 두산중공업, 발전 가스터빈 국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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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견제 뚫고… 두산중공업, 발전 가스터빈 국산화

입력
2019.09.19 16:48
수정
2019.09.19 21: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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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남 창원시 두산중공업 가스터빈 조립공장에서 직원들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핵심장비를 조립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제공
18일 경남 창원시 두산중공업 가스터빈 조립공장에서 직원들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핵심장비를 조립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제공

18일 경남 창원시 두산중공업 가스터빈 조립공장. ‘한국형 가스터빈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 뒤로 커다란 크레인이 길이 12m, 무게 70톤인 가스터빈 로터 조립체를 옮기고 있었다. 하부 덮개와 조립하기 위해서다.

이 공장에서 제작하는 가스터빈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의 핵심 부품이다. LNG 발전은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가 부각되며, 최근 석탄 등을 밀어내고 새로운 발전 연료로 각광받고 있다. 가스터빈은 크게 공기를 압축해 전달하는 압축기, 압축한 공기와 LNG를 태워 고온ㆍ고압의 연소가스를 만드는 연소기, 연소가스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만드는 터빈으로 구성된다. 로터 조립체는 이 중 압축기와 터빈이 결합된 상태다.

김호정 두산중공업 터빈생산기술팀 부장은 “현재 95%까지 공정을 마친 상태”라며 “한 달 안에 나머지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목진원 두산중공업 파워서비스비지니스그룹장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기술 보유국이 될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기술을 확보한 기업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일본 미쯔비시중공업(MHI), 독일 지멘스, 이탈리아 안살도 에네르기아뿐이다.

2013년부터 국책과제로 연구개발(R&D)해 온 두산중공업이 이날 선보인 S1가스터빈의 출력은 270㎿(메가와트), 발전효율은 40% 이상이다. 25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가스터빈을 돌리고 남은 연소가스로 수증기를 만들어 발전하는 스팀터빈까지 합한 복합발전효율은 60%다. 함께 개발 중인 350㎿급 S2가스터빈의 복합발전효율은 62%다. 이광열 두산중공업 가스터빈 개발ㆍ설계 담당 상무는 “경쟁사가 내놓은 270㎿급 가스터빈보다 복합발전효율이 1.5% 이상 높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 수주경쟁에서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270㎿급 가스터빈은 500㎿급 김포열병합발전소에 공급돼 2023년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간다. 정부는 이 기술개발에 예산 600억원, 두산중공업은 1조원의 비용을 투자했다. 앞서 2013년 두산중공업은 이 기술을 얻기 위해 안살도 에네르기아 인수합병(M&A)을 추진했으나 이탈리아 정부가 “국가 전략 자산”이라며 반대해 무산됐었다.

경쟁사들의 견제도 만만치 않았다. 국책과제 공고가 났을 때 일본 MHI는 ‘국책과제에 참여하지 않으면 더 좋은 조건으로 협력관계를 이어가겠지만, 참여할 경우 이를 중단하겠다’고 요구했었다. 당시 독자기술이 없던 두산중공업은 MHI에서 도면과 핵심부품을 사와 가스터빈을 제작한 뒤 다시 MHI에 납품하고 있었다. 결국 국책과제 참여 결정 이후 MHI는 협력관계를 모두 끊었다. 다른 경쟁사들 역시 입을 모아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항공용 제트엔진에서 나온 기술인 만큼 세계대전 당시 제트기를 운영해보지 못한 나라가 기술개발에 성공할 거라 보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두산중공업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가스터빈 개발에 나선 건 LNG 발전이 호황을 맞고 있어서다. LNG 발전은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추세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다른 신재생에너지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의 IHS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는 2018년부터 10년간 총 432GW(기가와트)의 가스발전소가 새로 설치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스터빈은 터빈에 들어가는 날개 1개 가격이 2,000만~3,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ㆍ고정밀 장치다. 두산이 개발한 270㎿ 가스터빈 안에는 450여개의 날개가 들어간다. 1,500도가 넘는 고온의 연소가스를 견디기 위해 터빈의 날개는 녹는점이 1,450도인 니켈ㆍ코발트ㆍ크롬 소재 초합금으로 만들어졌다. 뜨거워진 금속을 식힐 냉각 공기를 날개 내부에 주입하고, 날개에 뚫린 350여개 구멍(0.6~0.8㎜ 크기)으로 나온 공기가 ‘공기 장벽’을 만들어 온도를 300~400도 낮춘다. 날개 외부엔 온도를 150도 낮추는 세라믹 코팅이 돼 있다. 이러한 특수 설계가 적용돼 고온 연소가스와 맞닿은 터빈의 날개 온도를 950도까지 낮출 수 있다.

현재 국내 발전소에서 운영되고 있는 가스터빈(149기)은 모두 해외 기업 제품이다. 구매비용과 유지보수 비용을 합하면 12조원 규모다. 두산중공업은 적극적인 수주작업을 통해 2026년까지 가스터빈 사업을 연 매출 3조원, 3만명 이상을 고용하는 주요 사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창원=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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