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반응 속 약식으로… 문 대통령 축하메시지도 없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공동 번영을 만들겠다는 뜻을 천명한 ‘9ㆍ19 평양공동선언’이 19일 1주년을 맞이했다. 하지만 70년 분단의 역사에서 남북 정상 간 가장 획기적인 약속이란 평가와 달리, 이날 1주년 기념식은 ‘쓸쓸하게’ 치러졌다. 북한의 불참 속에 ‘나홀로’ 행사가 개최됐고 이마저도 아프리카돼지열병 여파로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문 대통령은 아무런 메시지를 내지 않았고, 북한도 ‘무반응’ 기조를 지속했다.

통일부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개최한 ‘9ㆍ19 평양공동선언 1주년 기념행사’는 사실상 약식으로 치러졌다. 내빈은 120여명에 불과했고, 행사는 평양정상회담 영상 관람→기념사→축하공연 등을 거쳐 약 1시간 15분 만에 끝났다. 고위급 인사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출신의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창수 청와대 통일정책비서관 등에 불과했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당시 회담이 생중계로 진행되고, 남북 정상이 함께 회담 직후 백두산을 방문하는 등 성대하게 일정이 진행된 것과 대비됐다.

당초 정부는 1주년 기념행사에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700여명이 서울역에서 특별열차를 타고 파주 도라산역으로 향하는 ‘평화열차’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도라산역과 약 30km 떨어진 경기 파주의 한 양돈 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사실이 확인되자 평화열차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서울에서 기념행사만 갖기로 결정했다. 북한 또한 1주년 기념행사에 참여할 의사를 보이지 않으며 결국 ‘반쪽짜리’ 약식 기념행사가 열리게 된 것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마저 이날 별도의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면서 행사가 더욱 초라해졌다. 청와대 차원의 메시지는 핵심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백브리핑 형식으로 전달한 게 전부였다. 이 관계자는 9·19 평양공동선언의 의미에 대해 “북미 실무협상을 포함해 북미 간 비핵화 대화의 동력이 유지되는 버팀목”이라며 “중요한 것은 지금의 다소 안정된 상황을 항구적인 평화와 비핵화로 연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평양공동선언의 첫 성과는 북측으로부터 영변 핵시설 폐기 제안을 확보한 것”이라며 “남북ㆍ북미 관계 선순환구조에 비춰보면 남북 협의를 통해 북미 협상 주요 의제 중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린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9·19 군사분야 합의서를 체결한 것과 경제협력과 인도적 협력, 민간교류 분야 등 협력사업에 합의한 것도 주요 성과로 꼽았다.

북한 또한 이날 평양공동선언 관련 어떠한 반응이나 보도를 내놓지 않았다. 미국과의 대화가 본궤도에 오르기 전까진 남북관계에서 별다른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편 이날 기념행사에서 김연철 장관은 “북미 실무협상에서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미국 측과 긴밀히 협력하고 남북 대화와 소통 채널도 항상 열어두겠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날 기념행사 오찬에서 ‘평화는 땅이고, 경제는 꽃이다’라는 건배사를 제안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통일연구원 원장 당시인 올해 1월 이런 제목의 칼럼에서 “꽃을 피우고 싶은 북한은 땅이 필요하고, 그래서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북한이 원하는 제재완화에서 보다 유연한 자세로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북미 대화가 시작되면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추진 동력이 생기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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