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한국일보]임대사업자-박구원기자/2019-09-19(한국일보)

국내 주택 임대사업자 상위 30명이 임대주택 1만1,029채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손’은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40대 임대사업자로 무려 594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정부의 주택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 제도가 일부 투기꾼의 투기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에선 정부가 주택 임대사업을 부추길 게 아니라 투기 목적으로 소유한 집을 팔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영 의원(민주평화당 대표)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 받은 ‘임대사업자 등록현황’에 따르면 국내 임대사업자 상위 30명이 보유한 임대주택 수는 6월 말 기준으로 총 1만1,029채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367채씩 가진 셈이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임대사업자 진모(48)씨의 등록 임대주택이 594채로 가장 많았고, 마포구의 41세(584채)와 광주광역시 서구의 68세(529채)도 각각 500채가 넘는 임대주택을 소유했다. 이들 3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18명이 각 300채 이상의 임대주택을 운영하고 있었다. 지역별로는 상위 임대사업자 30명 가운데 절반인 15명이 서울에 속했다.

전국 등록 임대사업자는 2015년 말 기준 13만8,000여명, 임대주택은 59만채였으나 2017년 말 2배로 상승해 누적집계치가 각각 25만9,000여명, 98만채로 늘었다. 이후에도 급증세가 지속되며 지난해 말 40만7,000여명과 136만채, 올 6월에는 44만여명과 143만채를 기록했다. 2015년 말과 비교하면 3년 반 만에 사업자는 3.19배, 주택은 2.42배로 불었다.

정 의원은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주면서 그 수가 크게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다주택자들의 종부세, 임대소득세 등을 감면한데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는 2017년 8ㆍ2 부동산 대책과 같은 해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통해 임대사업자 등록 시 취득세와 재산세, 양도소득세 등을 감면하고 임대사업자에게 8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했다.

이 같은 다주택자들의 ‘부담 줄이기’ 유인책은 오히려 “투기에 꽃길을 깔아줬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도 뒤늦게 유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새로 주택을 취득해 등록하면 양도세를 중과시키는 등 임대등록 세제 혜택과 담보대출 가능 범위를 재조정했다.

정 의원은 “20ㆍ30대 청년들은 자고 일어나면 치솟는 집값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사실상 포기한 채로 살아가고 있는데, 정부가 수백 채의 집을 독과점한 사람에게까지 혜택을 주면서 임대주택사업을 장려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며 “정부가 혜택으로 다주택자들의 임대사업을 부추길 게 아니라 투기 목적으로 소유한 집을 팔도록 유도해 집 없는 서민과 청년에게 양질의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의원은 “전체 민간임대주택에 비해 등록임대 주택 비율이 여전히 너무 낮은 수준”이라며 “세금 특혜로 임대주택 등록을 ‘구걸’하지 말고, 임대사업 이득을 보는 것은 당연한 사업행위인 만큼 임대주택 등록을 아예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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