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분석기법 30년간 비약적 발전…국과수 DB 구축이 결정적 역할 
1993년 7월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가 화성군 정남면 관항리 인근 농수로에서 유류품을 찾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특정 과정에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은 유전자(DNA) 분석 기법과 DNA 데이터베이스(DB)였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경기남부경찰청 미제수사팀은 기록 재검토를 하던 중 최근 DNA 분석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했다는 점을 떠올렸다. 이에 화성연쇄살인사건 발생 당시 증거물 일부를 다시 조사했고, 지난 7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DNA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총 10건의 화성연쇄살인사건 중 1990년 11월 15일 경기 화성시 병점동 야산에서 발생한 9차 사건 피해 여성인 김모(13)양의 거들에서 DNA가 검출됐고 이 DNA가 1994년 처제를 강간, 살인한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복역중인 50대 A씨의 DNA와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DNA 분석 기술이 장기 미제사건을 해결하는 스모킹 건으로 활용된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DNA 분석은 사람의 각 염색체 특정 부위(DNA 마커)에서 동일 염기서열이 반복되는 횟수가 사람마다 다른 것을 개인 식별에 활용하는 방법이다. 1990년대 초반 미국과 유럽에서 처음 나온 뒤 새로운 분석 기술이 등장하며 현재는 지문 식별과 함께 가장 보편적인 과학수사기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숭덕 서울대 법의학 교수는 19일 “과거엔 세포 수가 많아야 DNA 검출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추출에 실패한 것”이라며 “30년 동안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현재는 민감도가 올라가 적은 수의 세포로도 검출이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DNA 분석 기법 외에도 국과수가 구축한 DNA DB가 큰 역할을 했다. 이는 ‘DNA신원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현장 증거물이나 피의자, 수감자로부터 획득한 DNA 정보를 DB로 축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명 DNA법은 2010년 제정될 당시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신속하게 검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DNA 채취 주요 대상은 재범 우려와 피해 정도가 커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주요 범죄 피의자다. 주요 범죄는 살인, 강간, 강도, 방화, 약취, 폭력, 조직폭력, 마약, 특수절도, 군형법상 상관살해 등이다. 대상자로부터 사전 동의를 받거나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 받아 구강상피세포(입 안 세포) 채취용 키트로 입안을 닦아내는 방식으로 DNA를 채취한 뒤 숫자와 부호로 조합된 신원확인정보로 변환해 영구 보관한다.

이 교수는 “DNA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축적된 DB가 없으면 현장에서 발견된 DNA만 갖고는 범인을 특정할 수 없다”며 “DNA 기술도 기술이지만 이제 시행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은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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