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균 전 총경 “범인 존재 잊지 않기 위해 ‘악마’라 부르겠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팀장이던 하승균 전 총경이 지난 8월 유튜브 방송 '김복준 김윤희의 사건의뢰'에 출연해 당시 사건과 관련해 말하고 있다. 유튜브 '김복준 김윤희의 사건의뢰' 캡처

역대 최악의 장기 미제 사건으로 꼽히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경찰이 특정한 가운데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가 범인에게 쓴 편지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 편지는 2006년 한 월간지를 통해 공개됐다.

당시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팀장이던 하승균(73) 전 총경은 편지에서 범인을 ‘악마’라 불렀다. 하 전 서장은 범인의 존재를 잊지 않기 위해 본인이 붙인 이름이라고 했다.

그는 편지에서 밤낮으로 범인을 잡기 위해 헤맸던 일, 과로로 반신불수가 된 후배 등을 언급하며 “그런 중에도 자네는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유유히 추가 범행들을 저질러 갔어. 왜 그랬나”라고 물었다. 하 전 서장은 편지 말미에 자신이 아니라도 후배들이 범인을 반드시 잡을 것이라며 “부디 나보다 먼저 죽지 말게. 우리 꼭 만나야지. 안 그런가?”라고 했다.

편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유력 용의자 특정 소식 듣고 어떤 심정이셨을까. 평생의 한이었을 텐데”(sr*****), “점잖은 편지글이지만 그 안에 뼈저린 분노가 느껴진다”(hl***) 등 하 전 총경의 심정을 공감하는 누리꾼 반응이 잇따랐다.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을 추적해왔던 하 전 총경은 2006년 2월 전북 임실경찰서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그는 지난 8월 유튜브 방송 ‘김복준 김윤희의 사건의뢰’ 출연해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 전 서장은 “이 방송에 나오게 된 이유는 (범인을 잡는 것이) 지금도 역시 내 일생에 못 이룬 꿈이기도 하고 지금이라도 비록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이런 방송을 통해서 또 다른 제보가 있다든지 그러면 어떤 개인적인 소망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록 법적으로는 처벌을 못한다 하더라도 (범인에게) 반드시 이 세상에 정의가 존재한다는 걸 알게 해 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1986년 9월 15일부터 91년 4월 3일까지 경기 화성 일대에서 여성 10명이 피해를 당한 화성연쇄살인사건은 2006년 마지막 사건의 공소시효가 완료됐다. 하지만 경찰은 미제수사팀을 꾸려 조사에 나섰고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9일 오전 브리핑을 갖고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A씨의 유전자(DNA)와 3건의 현장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가 일치한다고 밝혔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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