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 가져오려면 서로 유연하게 접근해야”
20일 워싱턴서 비건과 북핵 수석대표 협의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한미 북핵 협상 수석대표 협의차 1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거듭된 시기 언급으로 북ㆍ미 실무협상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한국 측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9일 서둘러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작전 회의’를 하기 위해서다.

이 본부장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워싱턴으로 떠났다. 출국하기 전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북한이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북ㆍ미가) 대화의 모멘텀(동력)을 이어나가고 여러 가지 문제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가져오려면 서로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북한이 대화 재개 의사를 밝힌 시점인 만큼 한미 간에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며 “(북ㆍ미 협상과 관련해)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뭐가 있나 이런 이야기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생각이 여러 가지 메시지를 통해서 우리에게 많이 전달되고 있는데, 그것은 잘 검토해 (미국과) 실질적인 협의를 해볼 생각”이라면서도 이번 출장 기간에 북측과 접촉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20일(현지시간) 오전 워싱턴에서 비건 대표와 만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이르면 이달 중 시작될 수 있는 북ㆍ미 실무협상에서 다룰 의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은 최근 여러 경로로 시기ㆍ원칙ㆍ의제 등 북ㆍ미 실무협상 관련 입장을 공개한 상태다. 9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데 이어, 16일에는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담화를 내어 “가까운 몇 주일 내에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실무협상이 조ㆍ미(북ㆍ미) 사이의 좋은 만남으로 되기를 기대한다”며 “우리의 제도 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비핵화 논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ㆍ군사ㆍ경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즉 체제 안전 보장과 대북 제재 해제를 포괄하여 비핵화 논의의 전제로 미국 측에 요구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12일에는 친북 매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북한이) 미국의 정책 변경과 행동 수정에 상응하게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갈 용의는 표명했어도 주권국가의 자위권을 무시하는 무장 해제에 관한 강도적인 주장은 단호히 배격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 때는 이 본부장이 중국 측 북핵 대표인 뤄 자오후이(羅照輝) 외교부 부부장과의 최근 면담에서 나눈 이야기도 공유될 것으로 예상된다. 뤄 부부장은 이달 초 북한에 다녀왔다.

이 본부장은 21일까지 워싱턴에 머물며 백악관과 국무부 등 미 정부 관계자와 워싱턴 싱크탱크 인사들과 만난 뒤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으로 이동, 비건 대표와 거듭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에서는 다키자키 시게키(瀧崎成樹) 신임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의 한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도 예정돼 있고, 한ㆍ미ㆍ일 북핵 수석대표 회동 일정도 현재 조율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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