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수사했던 김복준 형사, SNS 통해 소회 밝혀
“당시 현장 책임자였던 하승균 전 총경과 통화하며 한참 울었다”
“법정에 세울 순 없어도 반드시, 내가 죽기 전에 반드시 잡을 거다.”
국내 최악의 미제 살인사건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실마리가 풀렸다. 사건을 쫓던 경찰들은 “비록 공소시효가 지나서 그 놈을 처벌할 수는 없어도 반드시 검거해서 국민들 앞에 세워야 한다”는 약속을 지켜냈다. 용의자는 청주 처제 살인 범죄로 수감 중인 이모씨로 추정된다.
화성 연쇄살인사건 8차 수사에 참여했던 김복준 현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19일 페이스북에 소회를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앞서 방송 등에 출연해 화성 연쇄살인사건 용의자를 “죽기 전에 반드시 잡는다”고 꾸준히 언급하며 사건에 대한 관심을 환기해왔다.
“간밤에는 거의 뜬눈으로 지새웠다”며 글을 시작한 김 연구위원은 “어제 소식을 접하고 사건 현장 책임자였던 하승균 전 총경과 통화를 했다. 오늘 청으로 들어가시기로 했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하 전 총경은 화성 연쇄살인사건 10차례 사건 중 4차부터 9차 사건까지 수사를 이끈 인물이다.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용의자의 유전자(DNA)는 하 전 총경이 당시 현장에서 수습한 범행 흔적에서 채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 주인공 형사 두 명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김 연구위원은 하 전 총경 통화 내용에 대해 “감격에 겨워 울먹이고 있었고 둘이서 전화기를 잡고 한참을 울었다”고 전했다.
현재 수사 상황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사건 2건 피해자의 속옷 등 유류품에서 검출한 DNA와 대조하여 일치했다고 하니 거의 맞다”며 “나머지 사건 증거품이 없는 것들은 범인 고유의 수법, 이를테면 결박 매듭 등을 근거로 하여 대조하면 동일범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을 보탰다.
“33년, 마지막 사건 기준 28년 만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확인”된 것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하늘은 있다”며 벅차오르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앞으로 1~2달 정도 수사해서 전체 사건의 범인인지 판단하고 최종 결과를 낸다고 한다.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다른 장기 미제 사건인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도 하루빨리 밝혀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은 2003년 11월 실종된 여중생이 95일 만에 경기 포천시의 한 배수로 안에서 사체로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자책감과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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