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버스 사고는 잊을 만하면 터지는 안전 불감증의 대표적 사례다. 어른의 부주의로 동심이 짓밟히는 건 중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해법이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규정을 강화하거나 운전자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뻔한 대응에서 벗어나 위성을 적극 활용해 사각지대를 줄여 나가고 있다. 첨단 기술력을 과시하고, 어린이의 안전을 보장하고, 부모들의 걱정을 덜어 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린 셈이다.
중국 후베이(湖北)성 충양(崇阳)현에서는 9월 새학기를 맞아 183대의 ‘스마트’ 통학버스가 운행을 시작했다. 중국이 독자 개발한 위성항법장치인 베이더우(北斗)로 구동되는 동작 감시 시스템을 설치해 운전자의 흡연, 졸음, 전화 통화 등 승객의 안전에 영향을 주거나 집중력이 떨어져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차량이다. 정상에서 벗어났다고 판단되면 통제실에서 원격 제어를 통해 운전자에게 즉각 경고 신호를 보내는 기능도 갖췄다.
또 학생들이 버스에 타고 내릴 때 카드를 찍으면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아이의 상황이 곧바로 전달된다. 특히 버스 안에 적외선 탐지 시스템을 장착해 버스 문이 잠기면 차량 안에 생명체가 있는지 감지한다. 따라서 학생이 버스 안에 갇힌 경우 자동으로 경보음이 울리고 내부 사진이 전송돼 신속하게 구조에 나설 수 있다.
중국이 위성까지 동원해 이처럼 안전사고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최근 끔찍한 사고가 잇따른 탓이다. 지난 5월 세 살 여아가 통학버스에 갇혀 숨지는가 하면, 같은 달 하이난(海南)성에서는 네 살 소년이 유치원 버스에서 미처 내리지 못해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앞서 8월에는 여름방학을 맞아 청소년 안전 지킴이로 배포한 ‘스마트’ 시계가 각광을 받았다. 중국 광저우(廣州)시 난사(南沙)구의 학생 1만7,000여명에게 베이더우 시스템이 장착된 손목시계를 무료로 지급했는데, 기존 미국 주도 항법체계(GPS)의 위성 신호가 차단되더라도 10m의 오차 내로 위치를 탐지할 수 있도록 정확도를 높였다. 아이의 위치 정보는 빅데이터 관리 플랫폼을 통해 부모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됐다. 중국 4대 하천으로 꼽히는 주강(珠江)을 비롯해 물이 많기로 유명한 광저우인지라 익사사고 예방은 물론 물 관련 위험 정보를 미리 알려 주는 기능도 탑재했다. 이 지역에 꼭 필요한 맞춤형 대책이었던 셈이다. 중국은 노인용 스마트 시계도 보급할 예정이다.
중국은 1994년 베이더우 사업에 뛰어들어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위성을 쏘아 올렸다. 2012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위성항법 서비스의 첫 발을 뗐다. 6월 현재 가동 중인 베이더우 위성은 35개로, 31개인 미국 GPS 위성보다 많다. 내년까지 전 세계를 대상으로 24시간 위치 추적과 기상 관측, 자원 탐사 시스템을 완비할 계획이다. 특히 위성의 정확도를 10㎝ 이내로 좁히는 게 중국의 목표다. 미국 GPS의 오차는 30㎝로 알려져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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