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에서 미셸 푸코까지 20여명의 철학자를 책 한권으로 만난다
어린 시절, 알사탕 두어 개면 30분이 즐거웠다. 밋밋하고 지루한 시간을 버티게 해주는 묘약이나 다름없었다.
알사탕 같은 책이 있다. 어려운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서 읽는 속도를 몇 배나 높여놓은 책들이다. 술술 읽히지만 곳곳에 낯설거나 요긴한 내용도 의외로 많아서 파적으로 즐기며 독서의 보람까지 얻을 수 있다. 지하철이나 친구를 기다리는 커피숍에서 무심코 흘려 보내기 일쑤인 틈새 시간을 알차게 채우고 싶은 이들에게 딱 좋다.
‘철학자와 함께 지하철을 타보자’도 그런 책에 속한다. 책 한권에 데카르트와 파스칼, 스피노자를 비롯해 20여명의 철학자를 초청했다. 목차에 얼굴을 내민 철학자들의 이름만 읽어도 머리가 지끈해지지만 주저할 필요는 없다. 거창한 라인업에 비해 본문에서는 딱 적당한 만큼의 지식만 풀어놓았다. 어렵지고 않고, 잘 잘라놓은 김밥처럼 음미하기 좋은 화두가 즐비하다.
이를테면, 이런 질문들이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면 데카르트가 “네 육체를 알라” 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이성적이란 말을 무척 신뢰할 만한 사람에게 붙이지만 데이비드 흄은 이성 따윈 감성 아래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구조주의의 아버지’로 통하는 언어학자 소쉬르를 소개한 장에서는 그가 ‘구조’라는 말을 단 한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한다. 그는 그러면 낳지도 않은 아들의 아버지가 된 것인가? 짧지만 강렬한 설명을 읽고 나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작가에 따르면 이 책은 시들어가는 삶에서 벗어나, 조금 더 푸릇푸릇한 삶을 ‘지금-여기서’ 시작하고픈 이들을 위한 읽을거리다. 가볍지만 소소하지 않은, 지하철에서 즐기는 알사탕 같은 철학 콘서트를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딱 좋은 책이라는 말이다. 작가의 말마따나 지금, 여기서 시작하기에 이보다 좋은 철학 안내서가 없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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