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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고용 판결에도… 점점 꼬이는 수납원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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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고용 판결에도… 점점 꼬이는 수납원 갈등

입력
2019.09.19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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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판결 내린지 3주 지났지만

해고자 250명 본사 점거 농성에

도공은 “소송참여자만 해당” 맞서

지난 16일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등 노조 회원들이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 면담과 직접 고용 등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 제공
지난 16일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등 노조 회원들이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 면담과 직접 고용 등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 제공

“해고된 요금 수납원을 전원 직접 고용하라.”(해고 요금수납원)

“대법원 판결 확정자만 직접 고용하겠다.” (한국도로공사 사측)

“회사는 요금수납원의 불법 농성에 엄정 대응하라.” (한국도로공사 정규직 노조)

“수납원 해고로 업무부담 가중, 부족인원 충원하라.”(자회사 소속 요금수납원 노조)

지난달 29일 대법원이 한국도로공사(공사)가 해고된 용역업체 소속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을 직접고용하라는 판결을 내린 지 3주가 지났지만, 문제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공사와 해고된 수납원, 공사 정규직 노조, 자회사 수납원 간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해 당사자들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데다가 정부와 정치권도 중재에 나설 의지가 없어 문제 해결 전망은 불투명하다.

지난 9일부터 대법원 판결 이행을 촉구하며 경북 김천시 공사 본사 건물에서 점거농성 중인 해고자 250명은 ‘1,500여명의 해고자 전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이강래 공사 사장이 교섭에 나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공사 측은 ‘소송참여자(499명)만 직접 고용하되 수납 업무 대신 환경정비 등 다른 업무를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는 등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공사는 대법원 판결을 받은 농성 해고자들에게 ‘환경정비 업무 등으로 직접 고용되거나, 수납원으로 자회사에서 일하는 방식 중 하나를 18일까지 선택해 달라’고 최종 통보한 상황이다.

노노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공사 정규직 노조인 한국노총 산하 한국도로공사노조는 지난 14일 “(민주노총 소속 해고 노동자들의) 불법 점거 행위로 정상적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며, 불법 행위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는 등 농성 중인 해고자들의 전원고용 요구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해고 요금수납원의 업무 공백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에 소속된 요금 수납원들은 업무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용역업체 소속 요금수납원 6,500명 중 5,000명은 지난 7월부터 자회사로 옮겼지만, 나머지 1,500여명은 자회사 입사를 거부하고 소송을 진행하고 있거나 농성 중이기 때문이다. 자회사 소속으로 강원 지역에서 일하는 요금수납원 A(57)씨는 “원래 9명이 근무했는데 3명이 해고돼 업무 공백이 생기자 사측에서 1명을 기간제 계약직으로 투입해줬지만 평소보다 야근조에 한 달에 두 차례 이상 더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회사 노조인 EX한국도로공사서비스 새 노동조합은 18일“정상적인 4조3교대를 실시할 수 있도록 파업 인원을 즉각 충원해달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공사 측에 전달했다. 해고자들의 농성이 끝나지 않고 업무 피로가 쌓이면 수납원 노-노 간 갈등이 표면화될 수도 있다.

이 같은 교착상태를 풀기 위해선 노사, 노노가 일정기간 냉각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도로공사는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처음부터 ‘자회사 방식’을 무리하게 밀어붙여 갈등을 자초한 면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노ㆍ사ㆍ전문가 협의회를 다시 꾸려 갈등을 조정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사가 2022년 이후 스마트톨링(고속도로 주행 중 자동으로 요금 부과)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수납원들의 고용 불안감을 해소해줄 필요도 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센터 정책연구위원은 “수납원들이 고용불안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는 만큼 도로공사가 자회사 방식만 고집하지 말고 대법원 판결을 이행해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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