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경로 불분명해 공포 확산… 포천ㆍ동두천 등 6곳 중점관리 지역 
 출입 제한하고 집중 소독 실시… 北, 공동 방역협조 요청에 무응답 
18일 경기도 연천군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가 발생해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살처분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가축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전국을 휩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파주시에 이어 연천군에서 발병 사실이 확인됐지만 방역당국이 유입 경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발병 농가들과 역학 관계에 있는 농가가 전국 전역 5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지난 5월 ASF가 발생해 유력 감염 경로로 여겨지는 북한을 상대로 우리 정부가 ‘방역 협력’을 타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전국 축산 농가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경기 연천군 백학면 돼지농장에서 폐사한 돼지를 정밀검사한 결과 ASF으로 확진됐다”고 18일 밝혔다. 정부는 이에 따라 해당 농장 돼지 4,700마리와 반경 3㎞ 내에 있는 이웃농장 3곳의 5,500마리를 모두 살처분하고, 발생원인 파악을 위한 역학조사에 나섰다. 국내에서 ASF 확정 판정이 난 것은 전날 파주시 농장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경기 북부 두 곳에서 ASF이 연이어 발생하자, 정부는 인근 지역을 ‘확산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총력 방어전에 나섰다. 우선 파주시, 연천군을 포함해 경기 포천시, 동두천시, 김포시, 강원 철원군을 ASF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정부는 이곳에 활용 가능한 소독차량을 총동원해 집중소독을 실시하고, 생석회 공급량을 다른 지역보다 4배까지 늘려 농가 차단에 활용하기로 했다. 또 중점관리지역에 대한 돼지 반출금지 기간을 당초 1주일에서 3주일로 연장하고, 경기ㆍ강원지역 축사에는 질병 치료 목적 이외 출입을 제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도 바이러스가 이미 다른 지역으로 퍼졌을 가능성은 낮지 않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연천군 발생농가를 방문한 차량이 최근 3주 내에 들른 농장은 경기(147) 인천(2) 강원(15) 충남(6) 전남(4) 경북(3) 충북(2) 등 전국 179곳에 달한다. 파주시 발생농장의 농장주가 소유한 다른 농장과 직간접적 교류가 있었던 시설은 328곳에 이른다. 방역당국은 해당 농장에 대해 21일 이동금지명령을 내리고 예찰을 강화한 상태다.

여기에 정부가 현재까지 설득력있는 감염 경로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축산 농가의 불안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 두 농장 모두 적절한 방역 조치를 취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잔반(남은 음식)이 아닌 배합사료를 돼지에게 먹였고, 야생 멧돼지 등 외부 접촉을 피하기 위해 울타리도 설치했다. 연천군 농장의 외국인 직원 1명이 4개월 전 네팔을 방문한 것을 제외하면 농장 직원이 최근 해외에 간 적도 없다. 그나마 네팔도 ASF 청정국이다.

일각에선 북한에서 바이러스가 매개체를 통해 전달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파주시 농장은 휴전선으로부터 약 6㎞, 연천군 농장은 4.1㎞ 떨어져 있어 북한에서 매우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남북한을 동시에 강타한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강을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 사체가 남쪽으로 건너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북한과의 방역 공조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날 박병홍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북한의 세계동물보건기구(OIE) 통보 이후 우리가 방역 관련해 협조요청을 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 부분에 대한 협의가 아직까지 진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통일부는 이날 오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남북 방역협력 추진 필요성에 대해서 대북 통지문을 전달했지만, 북측은 별다른 반응 없이 이를 받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농장을 드나드는 건 결국 사람밖에 없는데 문제는 사람이 어디서 바이러스를 묻혀왔느냐는 것”이라면서 “외국으로부터 들어왔을 가능성, 북한에서 유입됐을 가능성 모두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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