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수정구 수정로 옛 성남시청 부지에 내년 3월 개원하는 성남시립의료원이 비정규직 채용 문제를 놓고 노·사 갈등을 빚고 있다. 병원 측은 비정규직 채용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조 측은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채용할 것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의료원 특수를 기대했던 인근 상인들은 노사 갈등으로 인한 개원 지연을 우려하며 선개원 후협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18일 성남시립의료원 노사와 인근 상인 등에 따르면 노조와 민중당(옛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은 17일부터 성남시립의료원 입구에서 비정규직 채용 철회를 촉구하며 노숙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시와 의료원 측은 차질 없는 개원을 이유로 약무 및 진료보조, 환자이송·미화 등 9개 부문 238명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공공병원이 앞장서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만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남시립의료원이 정상적 개원 차질에 시와 의료원 측에 일차적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채용 계획이 철회될 때까지 정문 앞 노숙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성남시립의료원 측은 노조 등의 주장을 일축했다. 오는 12월 내과 등 5개 진료를 우선적으로 진료를 시작하기에 앞서 인력 채용을 계획하고 있지만 병원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일부 직원들의 비정규 채용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병원 측은 내년 3월 개원 이후에는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성남시립의료원 관계자는 “12월 진료를 위해 이달 중 500~600명 채용 공고가 나갈 계획이지만 238명을 비정규직으로 뽑는다는 얘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보안 등 일부 직원은 불가피하게 비정규직으로 채용하지만 이들은 내년 3월 개원 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사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인근 상인들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병원 측이 당초 올 9월 시범 진료를 시작한다고 했다가 3개월 미뤄진 상황에서 이번 노사 갈등이 또다시 진료 지연 및 개원 연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 때문이다.
20년 째 인근에서 순대국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10년을 기다린 끝에 병원이 개원한다기에 이제 숨통이 좀 트이나 했는데 갑자기 농성을 해 걱정하는 상인들이 많다”며 “병원이 빨리 개원해 지역 상권이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숙 수정구 시범길상인회장은 “병원 주변은 성남시청이 이전한 뒤 구도심 공동화에 상권까지 붕괴되면서 10년 가까이 어려움을 겪어 온 곳”이라며 “차일피일 미뤄온 병원이 이제는 개원하나 싶었는데 노사 갈등으로 또다시 연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진료 및 개원이 연기되면 우리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노사간 갈등을 잘 마무리 해 개원에 차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성남시 수정구 수정로 171번길 10 에 위치한 성남시의료원은 연면적 8만5,233㎡로 지하 4층, 지상 10층 규모에 509병상을 갖춘 종합병원이다. 기초자치단체가 설립한 병원이 500병상 이상인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로 건국대학병원과 같은 수준이다.
내과와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외과, 응급의료센터 등 24개 진료가 가능하다. 또 장례식장과 소아·여성·호스피스 병동 등을 갖추고 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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