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시작된 대입 개편 논의가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정청은 18일 비공개 실무협의회를 열어 “정시ㆍ수시 비율 조정은 대입제도 개선 방안의 논의 대상이 아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언급 직후 교육부가 선을 그었는데도 여당 내부에서 정시 비율을 늘리자는 목소리가 나오자 서둘러 갈등을 봉합한 것이다. 하지만 정시 비율 확대를 바라는 여론에 편승해 정치권에서 같은 주장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다. 야당은 이런 상황을 틈타 오히려 자사고 지위 강화 법안을 제출하는 등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로 촉발된 교육 불평등 해소 논의에서 정시 전형이 만능인 것처럼 왜곡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사회학회가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특정 입시 제도에 대한 선호가 계층 유불리를 따진 전략적 계산의 결과라는 분석과 함께, 자신의 계층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정시 전형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시 제도 담론이 상층 중심으로 형성돼 하층은 상대적으로 배제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도 지적했다. 정시 강화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수능ㆍ내신 절대평가와 고교학점제와도 맞지 않을뿐더러, 불과 1년 전 공론화를 통해 정시 30% 확대라는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확정한 점을 감안하면 단견에 가깝다.
더 우려스러운 건 교육 불평등 화두를 거꾸로 돌리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다. 자유한국당은 자사고의 법적 지위를 아예 법률로 규정해 교육감 재량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취소 자체를 어렵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조 장관 딸의 특혜 의혹 제기에 앞장서다가 뒤에서는 특정 계층에 유리한 법안을 내놓는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런 혼란을 막으려면 교육 당국이 구체적인 대입 개선 내용은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더라도 고교 서열화 해소와 대입 공정성 강화에 대한 기본 방향만큼은 빨리 제시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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