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동휘씨가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본인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방송 촬영 중에도 귀에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MBC 놀면 뭐하니 화면 캡처

“평소 음악을 듣지 않을 때도 항상 에어팟을 끼고 생활해요.”

배우 이동휘(35)씨는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음악을 듣지 않아도 항상 에어팟(Airpods)을 귀에 끼고 있는 것이 습관이라고 밝혔다. 이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그가 유행하는 옷을 입고 에어팟을 패션으로 활용해 포즈를 취하는 사진이 다수 게재돼 ‘에어팟 패션=이동휘’라는 네티즌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회사원 박주혜(26)씨는 두 달 전 새로 등록한 헬스장에서 운동할 때 편하게 음악을 듣기 위해 에어팟을 구매했다. 박씨는 “에어팟을 사용하면 음악을 들으며 러닝 머신을 이용할 때 손에 폰을 쥐고 있지 않아도 된다. 폰을 꺼내지 않고도 전화를 받을 수 있어 편하다”라며 에어팟의 실용성을 칭찬했다.

에어팟은 애플의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휴대폰, 노트북 등 전자 기기와 블루투스 방식으로 연결해 사용하며, 귀에 에어팟을 꼽은 채로 더블 탭(double tap)을 하면 애플의 인공 지능인 ‘시리’를 소환하거나 재생, 일시 정지, 종료, 다음 트랙 기능도 실행할 수 있다. 한 번 에어팟과 전자 기기를 ‘페어링’(Pairing)하면, 이후 에어팟 뚜껑을 열기만 해도 신속하게 기기와 연결된다.

최근 출시된 에어팟 2세대 가격은 19만 9,000원에 달할 만큼 고가인데도 2030 사이에서 큰 인기다. 전 세대가 공감하는 편리성 외에 2030이 에어팟에 꽂힌 이유는 뭘까.

◇ ‘개성’, 2030이 에어팟을 사랑하는 이유
에어팟 케이스와 색깔을 맞춰 철가루 방지 스티커를 붙인 모습. 케이스와 스티커는 에어팟 유저에게 필수 아이템이나 다름 없다. 철가루 방지 스티커 사이트 ‘탱샵’ 캡처

2030은 에어팟을 음악 청취뿐 아니라 자신의 개성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자아는 2030 삶의 궁극적 목적 중 하나다.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씨는 “90년대생에게 충성심은 단연 자기 자신과 본인의 미래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에어팟이 2030에게 단순 전자 기기를 넘어 본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한 이유다. 2030은 에어팟의 듣기 기능 자체보다는 부수적 요소인 케이스, 키링(key-ringㆍ열쇠고리), 철가루 방지 스티커(에어팟에 내장된 자석에 철가루가 묻는 것을 보호하는 스티커) 등을 패션으로 활용하고 있다.

에어팟 철가루 방지 스티커는 온라인 쇼핑몰 ‘탱샵’에서 최초로 제작돼 현재 2장 3,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탱샵 이외에도 쿠팡 등 다양한 소셜 커머스 업체에서 스티커를 구매할 수 있으며, 일부 소비자는 직접 마스킹 테이프를 구입해 원하는 디자인으로 철가루 방지 스티커를 제작하기도 한다.

◇ 유명 브랜드 케이스로 표현하는 정체성
이재윤씨가 나이키 모자와 함께 나이키 로고 스우시가 그려진 에어팟 케이스, 나이키 키링으로 코디한 모습. 이재윤씨 제공

2030은 에어팟으로 좋아하는 브랜드 이미지와 자신을 연결해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취업준비생 이재윤(27)씨는 평소 브랜드 나이키를 좋아해 나이키 옷과 모자가 많다. 에어팟을 구매한 뒤로는 에어팟 케이스와 키링까지 나이키로 맞췄다. 그는 백팩 앞 연결 고리로 에어팟을 매달아 나이키가 주는 세련된 감성으로 자신만의 패션을 완성했다.

“나이키는 고가 브랜드잖아요. 에어팟도 비싸고요. 이런 비싼 아이템으로 나를 꾸민다는 만족감이 있어요.” 이씨는 나이키의 고급 이미지를 자신만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이용했다. 이 때 에어팟이 나이키의 세련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더욱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 에어팟에 관심사를 담다
이수정씨가 본인이 직접 디자인한 에어팟 케이스 사진을 찍고 있다. 이수정씨 제공

에어팟 케이스를 통해 자신의 관심사를 드러내는 2030도 있다. 평소 취미나 좋아하던 것을 에어팟 케이스와 키링에 담아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식이다. 쇼핑몰 ‘왓에버’(whatever)를 운영하고 있는 이수정(26)씨는 에어팟 케이스로 개성을 표현하려는 2030을 위한 맞춤형 케이스를 만들고 있다. 그는 “사진 찍는 것과 성경 구절을 좋아해서 직접 찍은 바다 사진에 내가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넣어 케이스를 만들었다”며 “에어팟 케이스로 내 관심사를 한 번에 보여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어차피 에어팟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니 자신에 관한 정보를 타인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어팟 케이스 판매 사이트 왓에버에서 판매하고 있는 에어팟 케이스(오른쪽). 고객이 원하는 커스텀 문구를 추가할 수 있다. 왓에버 홈페이지(whatever-official.com) 캡처

쇼핑몰 왓에버에서는 직접 제작한 ‘파도 케이스’ 외에도 고객이 원하는 문구를 추가할 수 있는 커스텀 케이스를 판매하고 있다. 파도 케이스의 가격은 1만2,000원, 커스텀 문구를 추가할 수 있는 튤립 실사 케이스는 1만1,000원에 판매 중이다.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다양한 디자인의 에어팟 케이스를 구매할 수 있다.

◇ 평범하고 똑같은 액세서리는 거부한다
Gabrielle Reilly는 에어팟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귀걸이를 디자인해 팔고 있다. 쇼핑몰 deadanimemom.myshopify.com 캡처

2030이 착용하는 액세서리는 한정적이다. 귀걸이, 반지, 팔찌 등 디자인은 조금씩 달라도 액세서리의 큰 틀은 비슷하다. 그런데 에어팟을 귀걸이와 접목시켜 독창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한 사례도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 출신 아티스트 가브리엘 레일리는 에어팟에 끼워 사용할 수 있는 귀걸이 ‘에어링(Airings)’을 개발했다. 흔한 귀걸이를 착용하더라도 남들과 다른 독특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2030을 겨냥한 것이다. 이 귀걸이는 현재 아티스트 개인 쇼핑몰에서 2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 2019 소비 트렌드 ‘나나랜드’

2030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에어팟을 활용하는 현상은 2019 소비 트렌드인 ‘나나랜드’와도 일맥상통한다. 나나랜드는 저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알려진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속해 있는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예측한 올해 소비 트렌드 10개 중 하나다. 남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개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이들이 스스로의 만족감과 행복을 추구하는 소비 행태를 일컫는다.

많은 2030이 이어폰의 본래 목적인 ‘좋은 음질’ 때문이 아니라 ‘나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해’ 에어팟을 구매하고 꾸미는 것은 진정한 ‘나나랜더’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 타인이나 사회적 관습이 아닌 나만의 기준으로 스스로를 사랑하고 표현하는 것이 나나랜드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김난도 교수는 2019 외식산업 소비트렌드 발표대회에서 “화장품 소비 행태만 봐도 연예인이 쓰는 화장품을 따라서 사지 않고 본인의 퍼스널 컬러에 따라 화장품을 구매한다. 개개인 기호의 특별함은 더 존중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유정 인턴기자 digit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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