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핵화 성과 선행돼야” 북한 “확실한 상응조치 나와야”줄다리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6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안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북한이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평양 방문에 대해 준비 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만족할만한 확실한 비핵화 성과 없이는 평양행이 시기상조라는 취지로 북한의 요구를 에둘러 거부한 것이다.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무 협상 재개를 앞두고 북한에 비핵화 결단을 촉구하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풀이돼 북미간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갈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마도 아니다”며 “준비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중의 어느 시점에서는 그럴 것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따라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미국에 오고 싶어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보낸 친서에서 자신을 평양으로 초대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선 “(김 위원장과의) 관계는 좋다. 하지만 그에 대해선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도 김 위원장의 초청 여부를 묻는 한국일보 질의에 “해줄 말이 없다”며 확인하지 않았다. 다만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7일 한미일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지난달 셋째 주에 트럼프 대통령에 평양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친서를 보냈고, 이와 별도로 제재 해제와 체제 안전 보장을 확약해 달라는 요구를 실무급을 통해 전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희망해왔다. 지난 6월말 북미 정상간 판문점 회동에서도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절한 시기에 초청하게 된다면 영광일 것이라 말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이뤄진다면 북미 관계 개선의 역사적•상징적 사건이 될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비핵화 성과 없이 평양을 밟으면 사진용 이벤트라는 거센 역풍을 받을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아직 갈 길 남아 있다”는 언급을 통해 실무 협상을 통한 성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인식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1, 2차 정상회담 때의 톱다운(Top-down) 방식과 달리, 실무 협상에 이은 정상회담 수순의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내실을 기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미국은 실무 협상을 통한 비핵화 성과를 요구하는 모습이지만, 북한 역시 확실한 상응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실무 협상을 앞두고 양측의 기 싸움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북미 실무 협상에서 체제 보장과 제재 해제가 논의돼야 비핵화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의 담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한국일보 질의에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관련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발표할 어떤 만남도 없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 실무 협상 재개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이달 하순으로 예고됐던 실무 협상 일정이 여전히 조율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 소식통은 “미국은 언제든 협상에 들어가자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내고 있지만, 아직 북한이 확답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은 대신 공개 담화를 통해 미국에 대한 요구 메시지를 발신하며 사전 여론전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앞서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국장은 담화를 통해 "우리의 제도 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비핵화 논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담당 국장은 실무협상 시기와 관련해 “몇 주일 내”라는 표현을 사용해 실무 협상이 9월 하순을 지나 10월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모테기 도시미쓰 (茂木敏充) 신임 일본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에 대한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국무부가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일본과 한국간 건설적 대화의 필요성도 강조해 북미 대화를 앞두고 흐트러진 한미일 삼각 공조 체제를 다지려는 모습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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