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숙 의원, 이틀 연속 “조국은 정신병” 비난
장애인 단체 진정 제기에도 반성 없는 정치인
“이렇게 인지능력 장애에 정신상태 이상하고, 과대망상증 심한 사람이 법무부 장관을 하겠다 하고 있습니다. 기막힌 현실입니다.”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을 비난하며 내놓은 발언이다. 의사 출신인 박 의원은 전날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삭발식에서도 “제가 의사인데 조 장관은 정신병이 있다"며 “정신병 환자가 자기가 병이 있다는 것을 알면 정신병이 아니다”라고 비난, 장애인 비하 논란에 휘말렸다.
정신장애인의 대안언론 ‘마인드포스트’의 박종언 편집국장은 이날 칼럼을 통해 “정신장애인은 정치 공동체의 한 일원이며 자기 결정권을 보유하고 있는 하나의 가치 있는 시민적 존재”라며 박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박 국장은 “우리 국민 4명 중 1명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 정도는 정신질환을 겪는다”며 “이들도 당신이 얘기하는 정신병 환자로 사회에서 차별 받는 게 당연하고 혹은 사회적으로 무가치해 정신병원에 들어가는 존재로 느껴지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분노를 넘어 참담했다. 사과하라, 그리고 당장 그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기 바란다”고 했다.
국회의 반복되는 비하ㆍ차별 발언에 장애인 단체는 이미 수 차례 공식 사과를 요구했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도 거듭 제출했으나 정치권에서는 반성의 움직임이 없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달 각각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서 ‘벙어리’와 ‘꿀 먹은 벙어리’ 라고 표현해 문제가 됐다. 벙어리는 선천적 또는 후천적 요인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언어장애인을 낮잡아 부르는 단어다. 앞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해 12월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서 “신체장애인보다 더 한심한 사람들”, “정치권에서 말하는 것을 보면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들이 많다” 등의 발언을 해 문제가 된 바 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이를 비판하면서 “국민은 그 말을 한 사람을 정신장애인이라고 말한다”고 해 이 역시 차별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 차별금지법) 제32조는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 역시 2014년 ‘벙어리’, ‘귀머거리’, ‘장님’ 등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만드는 표현을 언론보도 등 공적 영역에서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정작 장애인 차별금지법을 만든 국회에서 모범을 보이긴커녕 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이해찬 대표를 제외하곤 사과의 뜻을 밝힌 정치인조차 없다. 황교안 대표의 경우 관련 발언 이후 장애인 단체에서 거듭 사과와 면담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날까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7개 장애인 단체는 “선거 때마다 앞다투어 장애인을 위한 공약을 쏟아내는 그들의 말 속에 장애인에 대한 인권은 전혀 담기지 않았다”며 “그들의 말장난 속에서 장애인은 비하와 모욕적인 표현에 상처받고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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