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합작법인 출범 MOU… 콘텐츠 확보 더 치열해질 듯 
CJ ENM과 JTBC 로고.

국내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시장을 둘러싼 싸움이 대전으로 번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 3사(KBSㆍMBCㆍSBS)와 거대 통신사 SK텔레콤이 합작 OTT 웨이브의 출범(18일)을 알리자마자 국내 대표 케이블채널 사업자인 CJ ENM과 JTBC가 합작 OTT 설립을 발표했다. OTT를 중심으로 한 국내 방송업계 재편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CJ ENM과 JTBC는 통합 OTT 합작법인을 내년 초까지 출범시키겠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합작법인은 CJ ENM이 1대 주주이며, JTBC가 2대 주주로 참여한다. 통합 OTT는 CJ ENM이 운영하는 OTT 티빙을 기반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CJ ENM은 인기 케이블채널 tvN과 OCN, 엠넷 등을 보유하고 있는 방송업계 강자다. JTBC는 종합편성(종편) 채널 중 매출액이 가장 높은 방송시장의 신흥 강호다.

CJ ENM과 JTBC의 통합 OTT 설립 논의는 지난해부터 이뤄졌다. 세계 최대 OTT인 넷플릭스가 지난해 드라마 ‘킹덤’ 등 국내 콘텐츠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부터다. 픽사와 마블 등을 거느린 월트 디즈니의 OTT 디즈니플러스가 내년 한국 진출을 예고한 점도 두 회사의 연합을 재촉했다. CJ ENM과 JTBC는 ‘미스터 션샤인’과 ‘스카이캐슬’ 등 자사 인기 콘텐츠의 판권을 넷플릭스에 판매하는 식으로 글로벌 OTT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을 취해 왔었다. 국내 동영상 시장이 OTT 위주로 급속히 재편되자 합작 법인 설립으로 전략을 급선회하게 됐다. 웨이브의 출범도 두 회사의 ‘동맹’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JTBC 관계자는 “방송ㆍ영상 사업은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결국 차별화된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할 뿐만 아니라, 적절히 유통할 수 이는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저작권 한국일보] 그래픽=신동준 기자

두 회사는 콘텐츠에서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CJ ENM은 시가총액 1조9,000억원대인 국내 최대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 등의 나영석,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등 스타 PD들이 CJ ENM에 소속돼 있다. CJ ENM은 영화 ‘명량’과 ‘극한직업’ ‘국제시장’ 등을 투자배급한 영화계 큰손이기도 하다. JTBC는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와 ‘썰전’ 등을 방영하며 콘텐츠 경쟁력을 키워왔다.

두 회사의 연합으로 전통적인 의미의 방송사 개념도 사라지게 됐다. 방송시장에서 경쟁관계인 CJ ENM과 JTBC는 합작법인을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동 제작할 예정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라는 글로벌 공룡 기업에 맞서기 위한 나름의 비책인 셈이다. CJ ENM과 JTBC는 국내 OTT에 서로의 콘텐츠를 묶어서 유통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한 제작 투자(2023년까지 3,000억원)를 예고했지만, 지상파 3사의 콘텐츠 합작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CJ ENM 관계자는 “JTBC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할 것”이라며 “완전한 자유경쟁시장이기에 다른 콘텐츠 사업자 및 통신사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콘텐츠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당장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 공략에 차질이 생겼다. 장기적으로는 CJ ENM과 JTBC가 넷플릭스에 방영권 판매를 중단하거나, 기존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넷플릭스는 내년부터 마블의 영화 등 계약기간이 종료된 디즈니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다. 웨이브의 사정도 비슷하다.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OTT 경쟁이 치열해지며 요금이 낮아질 확률이 높다. 웨이브는 기본 요금인 베이직을 월 7,900원에 책정했다. 넷플릭스가 같은 수준의 상품을 9,500원에 판매하는 것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CJ ENM과 JTBC 통합 OTT는 초기 회원 확보를 위해 이들보다 낮은 가격의 요금제를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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