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손실 및 불완전 판매 논란을 일으킨 독일 국채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 19일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의 손실율이 60%로 확정됐다. 투자자들은 원금 131억원 중 52억여원만 건지게 됐다. 이 상품의 주요 판매처였던 우리은행에선 11월까지 총 1,233억원어치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는 터라 기초자산인 독일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지 않는다면 추가적 대량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3~5월 판매한 독일 금리 DLF 상품 중 가장 이른 19일 만기 도래분(투자금 131억원)의 손실율이 전날 확정됐다. 상품약관에 따라 만기일에 앞서 영국 시각으로 16일 정오(우리시각 16일 오후 8시) 기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해당 시점의 금리는 -0.511%로, 손익 기준선(-0.2%)보다 0.311%포인트 낮았다. 기준선과의 금리차(0.311%포인트)에 손실배수(200)를 곱하고 채권 쿠폰 수익(연 4.2%, 6개월 기준 2.1%)를 제외해 최종 산출된 손실율은 60.1%다. 독일 금리는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원금 전액을 잃을 수 있는 구간인 -0.7%를 오르내려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증폭됐으나 최근 금리 반등으로 손실 폭을 그나마 줄였다.
이에 따라 중도 환매를 제외한 투자자들은 19일 만기 투자원금 131억원 중 78억7,000만원을 날리게 됐다. 1억원을 투자한 고객이라면 3,990만원만 돌려받는다. 우리은행은 고객 개개인에게 확정된 수익률이 담긴 안내장을 발송할 예정이다. 손실액을 차감한 투자금은 고객이 사전에 지정한 계좌를 통해 19일 입금된다.
대규모 원금 손실 우려가 현실화하자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우리은행 판매분 기준으로 여전히 1,100억원 규모의 투자 잔액이 남은 상황에서 독일 국채 금리는 여전히 남은 상품의 손익 기준선(-0.2~-0.33%)에 못 미치고 있다. 우리은행 판매 DLF는 19일을 시작으로 이달 24ㆍ26일 240억원, 10월 303억원, 11월 559억원에 대한 만기가 순차적으로 도래한다.
우리은행 측은 이달 들어 미중 무역분쟁 화해 분위기와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완화 정책에힘입어 유럽 국채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만기가 나중에 도래하는 상품일수록 손익 기준선이 낮은 점도 손실 규모 축소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향후 독일 국채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명실 KTB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독일 국채 금리 상승은 ECB의 부양책이 나오고 독일 정부도 재정 확대 계획을 내놓으면서 경기가 바닥을 찍고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이라며 “쓸 수 있는 정책 카드가 거의 다 나왔음에도 독일의 경기 지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엔 금리가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ECB가 여러 부양책을 내놓으면서도 내년도 유럽 성장률 전망치는 내렸다”며 “이는 정책 부양에 나섰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담겨있다는 의미여서 금리도 10월까지는 횡보하다 연말로 가면서 더욱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손실 규모가 커질수록 소송이나 분쟁조정을 통해 은행의 배상 책임을 묻는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거세질 전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진행 중인 금감원 감사에 성실히 임하고, 현장대응반을 중심으로 고객 응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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