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국방부 판정 뒤집고 ‘공무 중 상이’ 결정...하재헌 중사, 이의 신청
1월 31일 경기 파주시 육군 1사단 수색대대에서 열린 하재헌 중사 전역 기념 행사에서 하 중사가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보훈처가 4년 전 북한이 설치한 목함지뢰가 터져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의 부상을 최근 ‘공상(公傷)’으로 판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의 ‘전상(戰傷)’ 판정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17일 보훈처에 따르면, 보훈심사위원회는 지난달 7일 회의에서 하 중사에 대해 공상 판정을 내리고 이런 결정을 같은 달 23일 하 중사에게 통보했다. 이는 올 1월 하 중사가 전역할 당시 ‘적이 설치한 위험물에 의해 상이(傷痍)를 입거나 적이 설치한 위험물 제거 작업 중 상이를 입은 사람’을 전상자로 규정한다는 내부 규정에 따라 육군이 내린 전상 판정과 다른 것이다.

전상은 적과 교전이나 무장폭동 또는 반란을 진압하기 위한 행위, 전투나 이에 준하는 직무 수행 중 입은 상이를, 공상은 교육ㆍ훈련이나 그 밖의 공무, 국가 수호나 안전 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ㆍ재산 보호와 직접 관련이 있는 직무 수행 등의 과정에서 입은 상이를 의미한다.

보훈처 보훈심사위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하 중사의 부상을 전상으로 인정해줄 수 있게 하는 명확한 조항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공상 판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훈처 관계자는 “수색이나 지뢰 제거 작업은 전투 개념으로 보기 어려워 지금까지도 전상 판정을 받은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 중사는 2015년 8월 4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 작전을 벌이던 도중 북한군이 수색로 통문 인근에 매설한 목함지뢰가 터지면서 양쪽 다리를 잃었다. 부상 이후 국군의무사령부 소속으로 근무하다 올해 1월 31일 전역했다.

군 주변에서는 보훈처의 이번 결정을 두고 과거 천안함 폭침 사건 부상 장병들에 대해 전상 판정이 내려졌던 선례를 감안할 때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 중사는 이번 보훈처 결정에 불복해 이달 4일 이의 신청을 했다. 하 중사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합동참모본부에서 ‘(목함지뢰는) 북한 소행이다’라고 자료 제출을 다 했는데, 보훈처에선 ‘북한 소행은 맞지만 일반 수색작전과 동일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토로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자유한국당ㆍ바른미래당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이념편향적인 보훈 행정으로 독립유공자를 모독하던 보훈처가 이젠 국가를 위해 몸 바친 영웅의 명예마저 폄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논란이 커지자 이날 “관련 법조문을 탄력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고 보훈처에 주문했다. 보훈처 측은 “하 중사가 이의 신청을 한 만큼 이 사안을 본회의에 올려 다시 한번 깊이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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