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한참 걸어야 하는군요!” 저는 낯선 도시에서 삼십오분째 걷고 있었습니다. 밥을 먹기 위해서지요. 출장이 잦은 요즘, 업무가 끝나고 나면 지역분들이 항상 소개하는 곳이 있습니다. 청년몰입니다. ‘청년을 상담하는 분이니 거기 가면 좋겠다’는 배려 덕에 올해만 전국 13곳을 방문했지 뭡니까.
청년몰은 전통시장 살리기의 한 축으로 전국에서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상권이 죽어가는 구도심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청년 창업을 지원해 상생하자는 겁니다. 노후된 전통시장에는 생기를, 청년들에겐 공공자금 지원을 통해 창업 문턱을 낮추어준다는 것이지요. 전주시의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이후 이 시장을 벤치마킹한 청년몰이 전국에 70개 이상 생겨났지만, 여전히 청출어람 사례는 손꼽기 어렵습니다. 되레 폐업이나 중단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전에 방문했던 열두 곳처럼, 역시나 휑하려나….’ 걱정하며 입구를 들어선 순간, 웬일입니까? 문전성시입니다. 처음 본 풍경에 반가움보다 놀람이 컸지요. “뭐야? 어? 평일인데?” 어버버거리는 저에게 지역 관계자는 씩 웃으며 말하더군요. “모르셨구나? 여기 백종원 선생님 왔다 가신 곳이잖아요.”
“아… 그분께서 오셨구나!” 그 세 글자에 단번에 이해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떠오른 내담자들이 있었습니다. 지역 청년몰에서 창업했지만 지금은 사업을 접고, 다시 무엇부터 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상담을 온 청년들이었습니다. 그들과 상담하다가도 종종 접했던 그분의 성함. 주로 이런 이야기들이었지요. “올해도 우리 지역 ○○억 쓴대요. 저는 그 돈이 효과적으로 쓰이는지 모르겠어요.” “내 말이. 차라리 10분의 1만 떼서 백종원님 어떻게 모실 수 없나?” “맞네. 그거네.”
이 대화의 속뜻은 뭘까요? 유명인 후광 효과를 위해서? 일단 프로그램이 방영되면 사람들은 몰려드니까? 물론 그런 이유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지금의 청년몰 정책에서 가장 ‘결핍되어 있는 지점’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청년몰은 구도심, 상권이 다소 위축된 전통시장 부근에 조성됩니다. 애당초 접근성이 낮아 시작 난도가 높은 창업이 될 수밖에 없지요. 이 상황에서 청년들의 패기나 도전으로 그 지역을 활성화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소비자는 ‘내가 청년이니까 청년들이 하는 가게에 가야지’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거기까지 갈 만한 이유가 있어야 갑니다. 그게 소비자지요. 그리고 그 ‘이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청년몰, 더 나아가 모든 상권 형성의 핵심입니다.
이것을 위해 ‘독특한 아이디어’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 성공을 위한 관리와 감독, 컨설팅과 모니터링 등, ‘지속 가능성을 위한’ 사후 지원체계일 겁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공공영역에서 ‘성과지표’를 잡기 어렵습니다. 감사를 받거나, 내부 보고를 할 때도 ‘그래서 이 예산의 결과지표가 뭐냐.’ 계속 숫자로 입증하라 요구받을 수 밖에 없는 지점들이지요. 그래서 같은 예산을 쓴다면 차라리 몇 개 점포를 더 지원하고, 규모를 확장하는 선택지를 고르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모든 청년몰에 백 선생님이 방문하시는 게 정답은 아닐 겁니다. 그분도 그걸 바라진 않으실 테고요. 하지만 한쪽에서는 계속 생겨나고, 한쪽에서는 계속 사라지는 청년몰을 보며, 우리 모두 자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대로 정말 괜찮은 걸까요? 청년들은 디퓨저가 아닙니다. 청년이 입주하는 것만으로 공기가 달라지지도, 공간에 활력이 자동 부여되지도 않습니다. 백 선생님은 주셨고, 지금의 공공지원 체계는 주지 못하는 그 무언가를, 이제는 그 지점을 고민해야만 할 때입니다.
장재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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