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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법 위반 벌점제도 개선에 고민 깊은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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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법 위반 벌점제도 개선에 고민 깊은 공정위

입력
2019.09.30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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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하도급법 위반 ‘갑질 기업’에 대한 벌점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갑질 기업이 피해업체에 보상을 하면 벌점을 깎아주는 방안의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원청 기업이 보상 책임을 외면할 경우 피해기업은 소송을 해도 제대로 구제받기 힘든 현실을 감안해, 원청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자발적인 피해 구제에 나서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위법 기업이 개편된 제도를 규제를 회피하는 꼼수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공정위는 구체적인 도입 방안에 대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29일 공정위에 따르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일 발표한 공정경제 성과 조기 창출방안에서 하도급법 위반 벌점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정위는 하도급법을 상습 위반하는 기업을 추가로 제재하기 위해 2008년부터 벌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제재 수준에 따라 검찰 고발 3점, 과징금 2.5점 등의 벌점을 부과한 뒤 해당 기업의 3년간 누적 벌점이 벌점 감경 요소를 반영하고도 일정 수준을 넘으면 공공입찰 참가 자격 제한(5점), 영업정지(10점) 등을 국토교통부, 조달청 등 관계기관에 요청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법 위반 기업을 징벌하는 효과는 있지만, 실질적인 하도급업체 구제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벌점 경감 항목이 표준계약서 사용(2점), 하도급 대금 전액 현금 결제(1점) 등 하도급 거래 관행 개선 관련 사안에 한정돼 있어 하도급업체에 즉각적인 피해구제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는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피해업체 구제에 나선 경우 상당폭의 벌점을 깎아주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는 현행 제도에선 벌점이 일정 수준 이상 누적되면 경감 노력을 할 유인이 사라지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개선을 추진 중이다. 예컨대 대우조선은 지난해 감경 전 기준 벌점이 10.75점 쌓였는데, 공정위가 현재 진행 중인 별도의 직권조사에서 추가 제재를 받아 벌점이 추가될 경우 감경을 최대한 받더라도 공공입찰 제한 등의 제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이 사례를 언급하며 “위반 기업 입장에서는 피해 기업을 구제할 이유가 없어질 뿐더러, 오히려 벌점 부과가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하는 등 문제를 장기화하면서 하도급업체의 피해를 방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벌점 제도 개편에는 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의도도 들어 있다. 갑질 기업의 자발적 보상이 없을 경우 피해기업은 공정위의 하도급법 위반 판단을 근거로 손해배상청구를 해야 하는데 법원에 손해액을 입증하기조차 쉽지 않다. 대우조선을 상대로 민사소송에 나섰던 하도급업체는 손해를 입증할 자료 부족을 이유로 지난 7월 패소 판결을 받기도 했다.

다만 공정위 입장에선, 하도급법을 여러 차례 위반한 대기업들이 개편된 벌점 제도를 규제 회피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아 고민이 깊다. 원청 기업들이 ‘문제가 되면 피해 보상을 해주면 된다’는 식으로 하도급법 위반에 둔감해질 경우 되레 공정경제 질서가 더욱 어지러워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하도급업체에 대한 피해구제 실적을 벌점에 반영하는 방향은 맞지만 아직 감면 수준 등 구체적 방법은 논의가 더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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