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손학규 사퇴 안하면 중대결단” 엄포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16일 부산시당 간 ‘반(反) 조국 연대’를 결성했다. 지난 10일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반조국 연대를 제안한 이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온 건 처음이다. 현재 경기도당도 연대 결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반조국을 고리로 한 두 당 간 연대ㆍ통합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하지만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금은 ‘조국 반대’를 기회로 보수통합을 외칠 때가 아니다”라며 한국당과 연대에 선을 그었다. 손 대표를 위시한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각자의 길로 향하는 모습이다.
유재중 한국당 부산시당위원장과 바른정당계인 하태경 바른미래당 부산시당위원장은 이날 부산시의회에서 ‘조국파면과 자유민주 회복 위한 부산시민연대’ 결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잘못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를 관철시켜 문재인 정권의 오만과 독선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부산시민연대 결성은 중앙당과는 관계 없는 부산시당 간 결정이라 한다. 하지만 바른정당계 대표격인 유승민 의원이 “(한국당과) 협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힌 뒤 성사된 것이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갈라진 보수진영 통합에 불을 지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정병국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바른미래당 경기도당도 한국당 경기도당과 반조국 연대 결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바른정당 초대 당대표이자 바른미래당 내 최다선(5선)이다. 연대 결성은 한국당 위원장인 송석준 의원이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한국당 경기도당 관계자는 “수도권에서의 바른미래당과 연대는 무게가 다르지 않나”라며 “조심스럽게 타진 중이며 이르면 금주 내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이 같은 시도당의 연대 움직임에 대해 당과는 상관 없는 독자행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반 조국’을 고리로 한 한국당과의 연대를 보수통합 수순으로 보고 경계하며, 바른정당계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고 분명히 선언한 셈이다.
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추석 때까지 지지율 10%가 안 되면 사퇴하겠다”는 약속을 무효화한 손 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기도 했다. 그는 “손 대표 약속 이후 155일이 지난 지금, 우리당 지지율은 의석 수 6명인 정의당(6.2%)보다 못한 5.2%”라며 “손 대표의 약속에 대한 존중으로 쓰디 쓴 침묵을 이어왔지만 이제 시간이 다 됐다. 사퇴하라”고 밝혔다. 그간 당권파와 긴 갈등에도 입을 열지 않던 정 의원이 나선 건 사실상 전면전 선포로 해석된다. 정 의원은 회견 뒤 기자들에게 “만약 이대로 (사퇴 없이) 가겠다 하면 중대결단 내릴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중대결단에 대해 다른 의원들과 논의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선도 탈당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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