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ㆍ인사제도 개선 카드로 개혁 반발하는 세력 설득 시도
“조국 일가 수사 받는 상황서 되레 개혁 정당성 훼손” 지적도
취임 직후부터 연일 강도높은 검찰개혁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이 이번에는 검사와의 대화 카드를 꺼냈다. 검찰개혁에 반발하는 검찰 조직을 설득하고 평검사들을 우군으로 끌어안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검찰 조직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검사와 대화에 나섰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보를 연상케 하는 이벤트라는 해석도 나온다.
평검사들과 대화를 하겠다는 조 장관의 지시는 ‘검찰개혁추진지원단 구성’ 및 ‘검찰 직접수사 축소와 감찰제도 개선’에 이은 취임 이후 세 번째 공식 지시다. 조직문화 및 근무평가 제도에 대한 개선 지시는 추석 연휴 기간인 14일 상관의 폭언 등으로 스스로 세상을 떠난 김홍영 전 검사의 묘소를 찾아 언급했던 검찰 조직 문화와 교육ㆍ승진 제도 개선 방향을 좀 더 구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장관의 이 같은 지시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평검사와 이른바 ‘적폐검사’를 분리해 대응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장관은 김 전 검사 묘소를 참배한 뒤 “검사 교육과 승진 문제를 살펴보고 특히 다수 평검사의 목소리를 듣고 교육과 승진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주제로 평검사들과 대화를 벌였다면 이번에는 조직문화와 근무평가 제도 개선으로 주제가 제한됐다”며 “간부급을 제외한 검사들에게 평소 조직이나 상사에 가졌던 불만을 쏟아내라는 취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장악한 검찰 조직에서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간부급 검사를 배제했다는 시각도 있다. 조 장관은 앞서 검찰개혁추진지원단을 지시하면서 △지방검찰청 형사부ㆍ공판부 검사 △40세 이하 검사 △검찰 출신이 아닌 법무부 공무원 등 검찰 내 ‘비주류’ 세력의 동참을 강조한 바 있다. 조 장관은 또한 이날 추진단이 온라인 등을 통해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 제안을 받도록 지시해 국민 여론을 검찰개혁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란 점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한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시점에서 조 장관의 이 같은 행보는 오히려 검찰개혁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전문가와 조직 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검찰 수사 이후에 본격적인 개혁에 착수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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