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유치한 첫 해외 대학이자 세계적 명문음대로 꼽히는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음악원의 세종시 설립이 두 차례의 정부 심사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국비만 받고 문을 닫는 이른바 ‘먹튀 가능성’과 부적절한 교육 공간 등의 문제에 발목 잡혀 올해에 이어 내년 개교도 무산됐다.
16일 교육부 및 행정도시건설청에 따르면 최근 열린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 심사위원회(설립 심사위)에서 산타체칠리아음악원(음악원) 세종시 분교 설립 부결 결정을 내렸다.
설립심사위는 부결 결정 배경으로 음악원의 지속적인 분교 운영 의지가 결여됐고, 분교가 들어설 시설도 부적절하다는 점을 들었다.
음악원 측은 분교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경우에도 본교 차원의 재정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신청 서류에 명시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음악원 측이 학생학습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음악원이 입주할 정부세종청사 문화관(복합편의시설)도 교육과정 운영시설로 부적합하다고 봤다. 음악원은 행정도시 4-2생활권(집현리) 공동캠퍼스가 조성될 때까지 임시로 문화관에 둥지를 틀고 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심사위는 음악원이 구비해야 할 필수시설이 부족해 내실 있는 교육을 하기엔 부족하다고 봤다. 음악원이 단독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라 시민 등과 함께 이용하는 시설인 탓에 학생 학습권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분교 설립을 위해선 음악원이 들어설 새로운 공간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여 자칫 음악원 유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교육부의 부결 결정에는 최근 잇따르는 해외 대학의 철수 기류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선 지난해 독일 FAU 부산캠퍼스가 국비가 끊기고 학생 수급이 어려워지자 8년 만에 자진 폐쇄했다. 경남 하동에선 영국 에버딘 대학이 조건부 설립으로 승인 받은 지 2년여 만에 개교를 포기했다. 2013년에는 광양만권 있던 네덜란드 물류대학원 STC코리아가 재정지원이 끝나자 철수했다.
실제 심사위는 이번 심사에서 음악원이 외국교육기관으로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따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내년 3월로 계획한 음악원 분교 설립은 사실상 무산됐다. 설립을 위한 법적 절차가 6개월 정도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음악원 측은 앞서 지난해 8월 교육부에 분교 설립을 신청했지만 부결됐다.
현행법상 맞지 않는 학교설립 주체를 내세운 데다 학생수요 예측, 교원 수급계획, 재정운영계획 등 상당수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올해 9월 음악원 측이 이달로 계획했던 분교 개교는 수포로 돌아갔다.
음악원은 이후 내용을 보완해 교육부에 설립 신청을 다시 냈지만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상황이 이렇지만, 유치기관인 건설청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건설청 관계자는 “첫 신청 당시 다소 부족했던 점을 대학 측과 보완하는 등 열심히 준비해 재도전했지만 또 부결돼 아쉽다”며 “대학 측과 협의해 교욱부의 지적 사항을 보완한 뒤 설립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