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보(公報)준칙 개정을 서두르면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조국 법무 장관 가족 관련 의혹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당정이 18일 사법개혁 협의회를 열어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방지하는 공보준칙 개정 추진 의사를 밝히자 야당과 검찰이 “수사방해”라며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명백한 수사 외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검찰에서도 “조 장관 가족 수사 옥죄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2010년 법무부 훈령으로 처음 시행된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 공보준칙’은 이미 형법에 규정돼 있으면서도 유야무야되다시피 했던 기소 전 피의사실 공표 금지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여러 예외 규정을 두었다. ‘범죄로 인한 피해 급속 확산 우려’나 ‘중대한 오보나 추측성 보도를 방지할 필요’ 등의 경우 피의사실 공개가 가능하고 사건이 복잡한 경우 ‘구두브리핑’도 허용한다. 피의사실을 공표해도 핑계를 댈 수 있고, 무엇보다 관련 사건의 기소 주체가 검찰이다 보니 지난해까지 10여년 간 피의사실 공표죄 기소 사례가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알려진 대로 ‘기소 전 수사내용 공개가 불가능’하도록 공보준칙을 엄격히 하거나 ‘수사내용 유포 검사를 감찰’하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것은 이런 관행을 막기 위해 검토할 만한 것이긴 하다. 하지만 아무리 명분이 있는 일이라 해도 조 장관 가족 수사가 전방위로 진행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수사 개입 의도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이를 적극 추진했던 박상기 전 장관조차 “재임 중 발표를 결심했지만 ‘오비이락’이 될 것 같아 유보했다”고 말한 취지를 간과해선 안된다.
기존 공보준칙이 장관 국회의원 등 공인의 실명 공개를 허용한 반면, 개정안이 예외 없이 실명 공개를 금하게 되면 ‘알 권리’ 침해 논란을 부를 수 있다. 공보준칙이 도입될 때 법무부는 법조계, 학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지만 이번에는 대검에 비공식적으로 의견을 물어본 게 고작이다. 수사 공보가 필요한 사항은 “별도 입법을 통해 예외적으로 허용”하라는 지난 5월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권고를 포함, 더 폭넓은 여론 수렴을 거쳐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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