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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민의는 어디로 향할까

입력
2019.09.17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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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9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생중계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9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생중계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진영 대결은 한국사회의 확증 편향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정치 쟁점과 이슈를 철저히 정치적 이해에 따라 접근하는 진영 정치는 양 대척에 있는 지지층 결집과 극심한 분열을 낳았다. ‘조국 사태’는 여러 국면으로 진화했지만 여권 내부의 경직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초반에 박용진 의원과 조응천 의원의 비판적 입장이 나왔고, 지난 2일 조국 후보자의 기자간담회 장소에 대한 김부겸 의원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6일 인사청문회에서 금태섭 의원은 조 후보자의 언행 불일치 등 비판적 관점을 내비쳤다. 이외의 어떠한 이견도 당내는 물론, 여권에서 표출되지 않았다. 박근혜의 몰락과 보수의 퇴장은 폐쇄적 권력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다. 견제받지 않는 일사불란한 권력은 건강할 수 없다.

선거에 민감한 조직인 정당에서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청와대와 다른 시각과 주장이 나오는 게 정상적이다. 정당과 정치인의 속성상 지역구 여론에 민감한 국회의원들이 조 후보자 사퇴 주장을 제기할 수 있었을 텐데, 여당은 끝까지 권위주의 시대의 정당처럼 단일 대오를 유지했다. 정당의 속성마저 뛰어넘는 이너 서클 내의 거대한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가능케 한다. 급기야 검찰에 대한 총리, 법무부 장관, 민주당 대표의 공개 비난까지 나왔다.

무엇이 이토록 ‘조국’에 대한 이견을 허락하지 않는 분위기를 가능케 한 것일까. 핵심 지지층 이탈에 대한 우려와 정권의 명운을 건 검찰 개혁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집권세력 내부의 건강한 견제와 비판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조 장관 부인과 사모펀드 등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국면이 바뀔지, 아니면 조 장관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와도 이를 정치검찰의 적폐로 몰아붙여 다시 지지층 결집을 통한 국면 돌파를 택할지 아직은 예단할 수 없다. 그러나 조 장관 부인의 기소에도 불구, 그를 장관에 임명한 것을 보면 후자의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조 장관을 대선과 연결하려는 정치공학이 저변에 깔려 있겠지만 만약 문재인 정권이 민심의 소재에 둔감하다면 또 다른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조 장관을 정권과 과도하게 연관시키고 그가 개혁의 아이콘이며 진보의 상징이라는 허구는 검증 과정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위법과 불법이 없으므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억지는 진보 86세대 도덕성의 기반을 허물기에 충분했다. 도덕성이 전제되지 않는 개혁은 가능한가. 검찰 개혁은 부정의와 불평등의 사회구조를 바꾸는 문제와 등치되는가.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상실된 개혁동력을 살리기는커녕, 개혁을 주창할 정당성의 근거마저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집권 세력은 검찰의 조 장관 부인 기소를 검찰 개혁 저항과 정치 개입으로 규정하고, 개혁 대 반개혁 프레임으로 임명의 당위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무리한 설정들이다. 검찰의 압수수색과 기소는 법원의 영장 발부 등 법적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 조 장관에게 적용했던 논리, ‘불법이 없으므로 임명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는 왜 검찰에는 적용되지 않는가.

숱한 무리수에도 그를 장관으로 임명한 명분은 ‘기승전-검찰 개혁’이었고, 현재의 검찰은 적폐이며 개혁의 대상일 뿐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 문재인 정권의 최대 공신으로 인식되던 윤석열 검찰총장은 어느새 개혁 대상으로 전락했다. 집권당의 청와대 종속은 심화되고, 여야 대치는 최고조로 치달은 상태로 총선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야당의 극한적 반발 상황에서 민생과 개혁 입법, 검찰 개혁은 가능할까. 검찰 개혁은 오롯이 법무부의 검찰 통제 강화로만 완결 가능할까. 진영논리로 얻는 정치이익은 중도의 이반을 초래한다는 정치의 기본을 집권층이 모를 리 없다. 민의가 어디로 향할지 지켜볼 일이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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