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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이주여성도 폭력 피해자면 보호받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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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이주여성도 폭력 피해자면 보호받아야죠”

입력
2019.09.16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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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채희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장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상담센터와 쉼터를 결합해 만든 이주여성 대상 전문상담소인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의 이채희 센터장은 “미등록 이주여성도 폭력의 피해자면 강제추방을 당하지 않고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으니 꼭 센터를 방문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한호 기자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상담센터와 쉼터를 결합해 만든 이주여성 대상 전문상담소인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의 이채희 센터장은 “미등록 이주여성도 폭력의 피해자면 강제추방을 당하지 않고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으니 꼭 센터를 방문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한호 기자

“불법체류 중인 이주여성이더라도 폭력 피해자면 강제추방을 당하지 않고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법적 보호를 못 받는다는 생각에 숨어 있는 피해자가 엄청 많을 거예요.”

전국 최초의 이주여성 전문상담소로 2013년 문을 연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의 이채희 센터장은 ‘불법체류자 통보 면제 제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불법체류자를 발견하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알릴 의무가 있는데 범죄 피해자에 대해서는 그 의무가 면제되는 것이 이 제도의 골자다. 최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 위치한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이 센터장은 “법적으로 등록이 돼야 각종 사회서비스의 수혜자가 되는데 미등록 이주여성은 늘 강제추방의 위험 속에 있다”며 “이들에겐 체류권과 사회권 바깥에 존재한다는 게 가장 큰 약점이자 최악의 조건에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9월 개소 이래 센터에서는 부부갈등과 가정폭력, 체류 문제 등 5만5,083건의 상담을 해왔다. 6개 언어(한국어ㆍ영어ㆍ중국어ㆍ베트남어ㆍ필리핀어ㆍ몽골어)로 상담이 가능한 전문상담 인력이 상주한다. 이외 캄보디아어ㆍ러시아어 등 소수 언어 13개도 예약하면 이용할 수 있다. “그 동안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상담소는 많았지만 이주여성을 위한 전문상담소는 없었어요. 무엇보다 상담센터와 쉼터(‘한울타리 쉼터’)가 결합된 형태로 문을 열었다는 거죠. 의료ㆍ심리치료ㆍ법률지원까지 원스톱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섭니다. 쉼터까지 함께 있는 곳은 지금도 전국에서 유일해요.” 쉼터는 그동안 갈 곳이 없는 이주여성 622명의 보호막 역할을 해왔다. 모든 종류의 폭력과 긴급한 위기 상황에 놓인 이주여성이라면 누구나 3개월까지 머물 수 있다.

국내 결혼 이주여성은 13만여명. 여전히 우리 관심 밖에 존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센터장은법ㆍ제도가 오히려 이들을 열악한 처지에 내몰고 있다고 본다. 2014년 법무부가 결혼이민비자(F-6) 발급 심사를 강화하면서 과거에는 없던 상담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이주여성의 한국어 구사 요건뿐 아니라 한국의 배우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과 주거 요건을 갖춰야만 국내로 초청할 수 있게 했어요. 문제는 자격이 미달인데도 일단 결혼부터 해버려서 여성이 F-6를 받고 한국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이때 여성은 어디서 피해를 구제받나요? 결혼하고 이미 혼인신고까지 했는데 한국에 못 오는 거예요.” 그는 자격 미달 배우자에 대한 법무부의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남성은 손해날 게 없지만 이주여성은 한국에는 발도 들이지 못한 채 유부녀가 되거나 결국 관광이나 단기 방문비자로 한국에 들어오는 수밖에 없다. 백이면 백 체류 기간을 넘겨 미등록으로 전락한다. 특히 가정폭력이 일어났을 때는 미등록이라는 신분상 약점이 더해져 대응책에서부터 천지 차이가 나게 된다. 이 센터장은 “한국에 초청을 못할 정도라면 이주여성이 그 나라에서 이혼이라도 할 수 있도록 법무부가 이혼증명서를 해당 국가에 보내주는 등 정부 차원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전선에서 이주여성을 지원하는 데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그는 이어 “장기적으론 본국에 돌아간 귀환여성에 대한 지원에도 우리가 눈을 돌렸으면 한다”며 “본국에 돌아간 이후에는 다시 국내로 들어오기 힘들어 혼인 관계 정리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를 국내서 지원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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