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PIR 역대 최고치… 강남 재건축 회복ㆍ신축 강세, 집값 11주 연속 오름세 
서울의 아파트 단지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중산층 소득을 한푼도 쓰지 않고 10.8년을 모아야 가능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여 만에 이 기간이 2년 더 늘었다. 평범한 직장인이 월급을 저축해서 서울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은 사실상 ‘그림의 떡’이 되는 상황이다.

15일 KB부동산 리브온(Liiv ON)에 따르면 올해 2분기 KB아파트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서울 지역 집계치는 전 분기 대비 0.3년 늘어난 10.8년을 기록했다. 이는 통계를 작성한 2008년 1분기 이래 최대 수치다.

KB아파트 PIR은 중간 수준의 소득을 가진 가구가 연소득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서 아파트를 매입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가구소득은 해당 분기 서울 지역에서 아파트담보대출을 받은 대출자의 연소득 중위값(소득, 가격 등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가격)이며, 주택가격은 아파트담보대출 실행 시 조사된 담보평가 가격의 중위값이다. KB부동산 관계자는 “실제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아파트 매매에 나선 가구를 대상으로 집계한 통계이기 때문에 ‘실질 PIR’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PIR 지표가 상승한 이유는 서울 아파트값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에도 오름세가 지속되는데 비해 가구소득 증가세는 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의 경우 가구 연소득 중위값은 2018년 4분기 4,962만원에서 올해 1분기 4,845만원, 2분기 4,690만원으로 하락했다. 반면, 아파트 담보평가 중위값은 같은 기간 4억9,000만원에서 5억1,000만원, 5억500만원으로 최근 소폭 조정되긴 했으나 오름세다.

특히 정부가 집값을 잡으려 정책적 역량을 총동원한 지난해 9ㆍ13 대책 이후에도 집값과 소득의 격차 확대 속도는 여전하다. 대책이 나온 지난해 3분기에는 서울 아파트 마련에 10.1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가 4분기엔 9.9년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올해 들어 2개 분기 동안 PIR이 0.9년이나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을 기준으로 보면 이런 현상은 더 명확히 나타난다. 2017년 2분기 서울 KB아파트 PIR은 8.8년이었으나 2년 만에 이 기간이 2년 더 늘어난 셈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서울지역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그래픽=송정근 기자

실제 서울 아파트값은 11주 연속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9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3% 올랐다.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시행 방침으로 하락했던 강남권 재건축 가격이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신축 아파트값 강세가 여전해서다.

특히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예고 이후 입지가 좋은 신축 대단지는 강남, 강북 지역에서 모두 신고가를 쓰면서 가격 오름세를 주도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신고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 9월 준공된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23층)는 지난달 27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올해 6월 신고된 기존 최고가 26억원에 비해 1억7,000만원가량 오르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6월 준공된 서초구 ‘아크로리버뷰신반포’ 역시 지난달 전용면적 84㎡가 신고가인 28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2014년 준공된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4층)도 지난달 초 16억5,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 각종 부동산 규제와 대출 규제를 쏟아냈지만 경기 침체로 소득은 정체했고 반면 시장에 풀린 유동성으로 집값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수요가 집중된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역의 공급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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