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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군사기지화 마친 중국, 자원개발 압박으로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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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군사기지화 마친 중국, 자원개발 압박으로 긴장 고조

입력
2019.09.16 04:40
수정
2019.09.16 08:4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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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이양 디즈 8호가 정박중인 남중국해 해역. 마린트레픽 캡처
중국 하이양 디즈 8호가 정박중인 남중국해 해역. 마린트레픽 캡처

중국이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에서 자원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투기 배치 등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 지은 뒤 나타나는 움직임이다. 역내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외교가 일각에서는 ‘아시아에서 전쟁이 나면 그곳은 바로 남중국해가 될 것’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나온다.

15일 베트남 하노이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13일 오후까지 중국 석유탐사선 하이양 디즈 8호가 베트남 남부 붕따우에서 360㎞ 떨어진 해상에 정박, 탐사 활동을 벌였다. 베트남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해역으로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쪽이다.

하이양 디즈 8호는 지난 7월 초 해당 해역에 등장, 베트남과 중국측 해안경비정의 대치를 촉발했다. 베트남의 거센 항의로 한 달만이던 지난달 8일 하이양호는 베트남 EEZ 밖으로 빠졌지만 며칠 뒤 다시 진입, 현재까지 2개월 이상 탐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외교 소식통은 “하이양 디즈 8호가 선체에서 시추드릴과 같은 장비를 내려 해저면과 물리적으로 접촉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2014년과 달리 중국도 각별한 신경을 쓴 채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에는 중국 시추선이 파라셀 군도 인근 베트남 EEZ에 진입, 해저면에 시추공을 뚫으면서 베트남을 자극했다. 이 같은 소식에 베트남 국민들은 자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과 생산공장에 대해 무차별 공격을 가했고, 베트남 정부도 이 같은 반중 시위를 적극 제지하지 않음으로써 중국을 압박했다.

이후 중국은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작업에 박차를 가해 분쟁해역에 대한 군사적 장악력을 상당 수준 확보했다. 작년 5월 우디섬에 설치한 활주로에서 중국 폭격기들이 이착륙 훈련을 한데 이어, 지난 6월에는 인공섬에 ‘젠(殲ㆍJ)-10’ 전투기까지 배치한 사실이 인공위성 사진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중국 탐사선이 장기간 탐사활동을 이어가면서 베트남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15일 “베트남은 남중국해에서의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가 또 다시 중단되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은 중부에서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Blue Whale)를 미국의 엑손모빌과 함께 진행하고 있으며, 해당 해역에 하이양 디즈 8호를 보내놓고 있는 중국이 반발할 경우 과거처럼 사업이 좌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은 지난 2017년 스페인 에너지 기업인 렙솔에 해당 해역 시추권을 허가해 줬지만, 중국의 압력에 사업권을 회수한 경험이 있다. 이후에도 아랍에미리트 기업에 준 면허를 취소했고, 최근에는 러시아 로스네프트와 공동으로 가스전 개발에 나서자 중국의 드센 반발에 부딪혔다. 엑손 모빌의 사업 철수와 관련, 레 티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페트로 베트남에 따르면 엑손모빌이 참여하는 그 프로젝트는 현재 계획대로 진행이 되고 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분쟁 해역에서의 경제활동을 조건으로 분쟁 당사국 이외 국가 기업들과의 협업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스페인 등 비당사국 기업들이 참여하는 에너지 개발사업에 강력 반발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 베트남은 물론 필리핀, 말레이시아, 대만, 브루나이 등 인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내년 아세안 의장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이 되는 베트남이 중국을 향해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지역인 시사군도(西沙群島) 주변 해역을 미 해군 제7함대 소속 이지스 미사일 구축함 웨인 E 메이어가 항행했다고 14일 CNN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7함대는 이 지역 대륙붕에서 중국이 국제법 틀을 넘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항하기 위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쳤다”고 밝혔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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