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만년 3위’ LG유플러스의 공격적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5G 상용화 이후 이동통신 시장이 변혁기를 맞자 기존 ‘판’을 흔들어 선두권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공격적 행보로 시장을 지키려는 움직임은 LG전자, LG화학 등 LG그룹 주력 계열사에서도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구광모 회장 취임 후 LG그룹 주요 계열사에 ‘공격 DNA’가 이식됐다는 분석이 재계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와 카카오모빌리티는 ‘5G 기반 미래 스마트 교통 분야 서비스’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내비는 올해 안에 LG유플러스의 기본 내비게이션 서비스로 탑재된다.

LG유플러스가 카카오와 전격 손을 잡으면서 이통사들이 제공하는 내비게이션 서비스 시장에도 큰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 ‘T맵’을 견제하기 위해 2년 전 KT와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통합해 ’원내비(ONE NAVI)’를 출시했다. 하지만 T맵의 시장 지위를 따라잡지 못하자, KT와 결별하고 카카오와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다. LG는 이번 결정으로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한때 ’동지‘였던 KT와 다시 ‘적’으로 마주하게 됐다.

이통 시장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일이 종종 일어났지만, 5G 상용화 전후로 LG유플러스가 공격적 행보를 계속 취하면서 이런 사례가 더 자주 목격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통사들의 무한경쟁은 5G 상용화 이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016년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려고 할 때는 KT와 LG유플러스가 신문에 공동으로 반대 광고를 내는 등 합동 작전을 펼쳤지만, 올해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해선 SK텔레콤과 KT가 손을 잡고 이를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양사 공동 대응으로 수세에 몰린 LG유플러스는 5G 시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자 지난 7월 SK텔레콤과 KT가 불법 보조금을 살포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했다. 특정 통신사가 경쟁사들을 불법 보조금을 이유로 신고한 사례는 2014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이후 처음이다.

업계는 LG유플러스의 이런 공격적 행보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그룹 주요 계열사들도 공세적 자세로 경쟁사들을 압박해 시장을 지키려는 전략을 구사하며 공세 수위도 갈수록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최근 폐막한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 IFA에서 공개적으로 “삼성전자의 8K(4K TV보다 4배 선명) TV는 국제 규격에 맞지 않는 가짜”라고 비난했고, 오는 17일 이 문제와 관련한 언론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LG화학도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이 자사 배터리 사업 인력을 대거 빼가는 방법으로 핵심 기술을 탈취했다고 주장하며 미국에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재계는 지난해 40대의 젊은 구광모 회장이 취임하면서 LG그룹 계열사들이 공통적으로 공세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구 회장은 취임 후 LG를 성과 중심의 공격적 조직으로 바꾸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 관계자는 “LG가 공세를 취하는 사업은 경쟁사에 비해 열세에 몰렸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주요 계열사가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적 행보를 보이는 것은 그룹 총수급의 결단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선”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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