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용석(맨 오른쪽) 신일그룹 대표가 돈스코이호 인양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침몰한 러시아 함선 ‘돈스코이호’를 ‘보물선’이라 속여 사기 행각을 벌인 신일그룹 전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3부(김범준 부장판사)는 신일그룹 전 대표 류상미(49)씨의 항소를 기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러시아 발틱함대 소속 돈스코이호는 1905년 러일전쟁 당시 동해로 급파됐으나 일본 해군에 패하자 울릉도 인근 해상에서 러시아 해군 스스로 침몰시킨 배다. 그 뒤 ‘동해에 군자금으로 쓸 금괴를 가득 실은 러시아 배가 잠들어 있다’는 낭설이 떠돌게 됐다. 그러다 2003년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선박이 실제로 탐지되면서 ‘보물선 괴담’이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배의 소유권 문제를 둘러싼 러시아와 마찰 우려, 수백억원 대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인양 비용 부담 등으로 실제 인양 작업은 지지부진했다.

그러던 중 류씨는 지난해 4월부터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를 처음 발견했으며, 배에 150조원 상당의 금괴가 실려 있기에 인양만 하면 엄청난 수익이 난다고 속여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 투자금 명목으로 받아 가로챈 돈만 90억원대에 이른다. 류씨는 또 신일그룹이 자체 개발한 암호화폐 ‘신일골드코인’을 사면 인양한 돈스코이호에서 얻은 이익을 배당하겠다고도 했지만, 이 코인은 사실상 암호화폐 기술이 전혀 적용되지 않은 단순 사이버머니 수준이어서 거래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류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의 구체적 내용은 알지 못한 채 누나로서 동생 류승진의 부탁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류씨가 동생을 대신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신일그룹 대표를 맡아 수십억원에 이르는 신일골드코인의 판매대금 자금집행을 처리하는 등 범행임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용인하는 것을 넘어 범행의 주요한 역할을 맡아 피해자들에게서 돈을 가로챘다”며 유죄를 고스란히 인정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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