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비리 스캔들에 연루된 미국 유명 여배우 펠리시티 허프만이 13일 보스턴 연방지방법원에서 2주간의 구금 선고를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판 스카이캐슬(부유층의 입시 비리를 소재로 한 TV드라마)’로 불린 초대형 대학 입시 비리 스캔들에 연루된 백인 상류층 학부모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면서 그 처벌 수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입시 비리 사건 자체가 인종 및 계층 간 교육 불평등의 현실을 드러내 미국 사회를 들끓게 한 데 이어, 비리 연루 학부모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나오면서 불공정한 사법 정의 논란으로 비화하는 모습이다.

미 보스턴 연방지방법원은 13일(현지시간) 입시 부정 사건에 연루된 학부모 중 한 명인 펠리시티 허프먼에게 2주간의 구금과 3만달러의 벌금, 250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했다. 인기 TV 시리즈 ‘위기의 주부들’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허프먼은 딸의 미 대학 입학자격시험(SAT) 점수를 올리기 위해 입시 감독관에게 1만5,000달러의 뒷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으며 지난 5월 유죄를 인정했다.

앞서 지난 3월 보스턴 연방검찰은 최근 8년간 부유층 학부모들이 입시 브로커를 통해 대학운동부 코치나 입학시험 감독관을 매수해 자녀들을 명문대에 부정 입학시킨 사실을 적발해 큰 파문을 낳았다. 34명의 학부모를 비롯해 입시 브로커, 운동부 코치, 입시 관리자 등 51명이 기소됐는데, 이들 사이에 오간 뒷돈 규모만 무려 2,500만달러(약 283억원)에 달한다. 연루된 학부모들은 유명 연예인, 로펌 대표, 기업체 CEO, 금융인 등 백인 부유층들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려는 미국판 ‘스카이캐슬’의 단면을 드러낸 셈이다.

허프먼 사건은 이들 학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라는 점에서 향후 처벌 수위를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주목받았다. 허프먼의 구금 기간이 2주로 짧긴 하지만, 다른 학부모들에 비해 뇌물 액수가 경미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유죄가 인정된 모든 학부모에게 실형이 내려질 것을 예고한 판결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인디라 탈와니 판사는 이날 판결에서 “입학 시스템이 돈과 특권에 의해 왜곡돼 있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이 이미 알고 있다”라며 “부유한 학생들은 학업 준비, 개인 교습, 상담, 좋은 인턴십에 대한 접근 등으로 가난한 학생들에 비해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환경에서도 더 많은 이점을 얻으려 한 것에 대해 분노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입학 시스템 자체가 이미 부유층에 유리한 상황인데도 뒷돈 매수까지 하는 부유층의 일그러진 풍조를 비판한 발언이다.

판사의 따끔한 일침 속에 허프먼에게 실형이 선고되긴 했으나 입시 부정과 관련된 흑인 학부모들에 비해선 처벌 수위가 경미해 입시뿐만 아니라 사법 정의의 불공정 논란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예컨대 2011년 한 흑인 여성은 아이를 좋은 학구에 보내기 위해 할아버지 주소를 이용했다는 이유로 5년형을 선고받았고, 주로 흑인 학생들이 모인 애틀랜타의 한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의 시험 부정행위를 도와준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았다고 미 인터넷 매체 복스는 전했다. 복스는 “이번 입시 비리 스캔들은 불평등 문제로 버둥거리는 미국 사회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하이오 사법 정책센터 상임이사인 데이비드 싱글레턴은 NYT에 “부유한 백인에겐 다른 사법 시스템이 적용된다”며 “그렇다고 허프먼을 감옥에 보낸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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